"이 궁전, 만져보니 화면이네".. '버추얼 스튜디오'가 뜬다

조유미 기자 2021. 9.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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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전체를 LED스크린으로 꾸며 시각화 기술·AR·XR 등 활용해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에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이 구현돼 있다. /고운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2시,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가상(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연면적 1088㎡(329평) 규모의 영화·드라마 촬영장 안으로 들어서자, 숲속 정글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동굴 입구와 추락한 비행체가 보였고, 곳곳의 수풀은 바람에 살랑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니 모두 ‘벽’ 위에 띄워진 화면이었다. 가로 53.5m·높이 8m의 타원형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이 무대처럼 꾸며진 원형 공간을 천장까지 뒤덮고 있었다. 이 화면 위에 정글이 3차원으로 구현된 것이다.

무대 뒤에 마련된 컴퓨터에서 화면 속 정보값을 조정하자 화면 전체가 동굴 속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이 어두컴컴한 동굴 안으로 바뀌었다. 천장을 뒤덮은 바위는 물기에 젖어 촉촉함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바위 틈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다. 마치 가상현실 속에 들어와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브스튜디오스의 가상 스튜디오에 구현된 강남 밤거리의 모습. /비브스튜디오스

◇인천공항·판문점도 OK

가상 스튜디오는 세트 전체를 대형 LED스크린으로 꾸며, 영상 촬영에 필요한 배경을 화면에 실시간으로 구현해 촬영하는 최첨단 시설이다. 지난해 미국 에미상에서 특수 시각효과상을 받은 디즈니의 ‘더 만달로리안’ 등이 가상 스튜디오를 이용해 촬영됐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에도 가상 스튜디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상 스튜디오 등을 통해 촬영된 실감형 콘텐츠의 국내시장 규모가 작년 2조8000억원에서 내년 11조7000억원으로 5배 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현실 플랫폼 업체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 지난 6월 완공한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은 라이브커머스 제작용 XR(확장현실) 스튜디오 1개 동과 영화·드라마 촬영을 위한 중·대형 스튜디오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 컴퓨터 안에 3차원 공간을 구현하고, 각도에 따른 조명 데이터값 등을 입력한다”며 “이를 카메라와 동기화해 촬영하는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앵글에 따라 자연스러운 빛반사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현실(VR) 영화 ‘볼트’ 시리즈를 만든 제작사 비브스튜디오스는 화면 속 가상 공간을 지연 없이 매끄럽게 구현하는 자체 통합 제어 기술인 ‘비트(VIT)’를 지난 4월 개발했다. 스튜디오 속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각화 기술이나 증강·확장현실 합성 기술 등 수십 가지의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연동한 뒤 자연스럽게 구동되도록 한 것이다.

업계가 가상 스튜디오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가상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섭외가 어려운 인천공항이나 판문점 같은 공간을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단역 배우까지 화면 속 3차원 인물로 만들어 넣을 수 있다. 한 공간 안에서 배경에 변화만 주며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없다. 촬영 뒤의 작업도 쉽다. 기존엔 우주 공간과 같은 특수 배경을 덧입히려면 단색 배경인 일명 ‘그린 스크린’(크로마키) 앞에서 배우가 촬영한 뒤, 후반 작업으로 배경을 합성했다. 하지만 가상 스튜디오에서는 실시간 배경을 띄워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한다. 배경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즉석에서 건물의 높이를 조절하거나 소품을 바꿀 수 있다. 완성된 최종 화면을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

◇전자 업계도 앞다퉈 뛰어들어

전자, 통신업체들도 가상 스튜디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과 업무 협약을 맺고, 올 12월까지 하남에 1100평 규모의 공동 R&D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LED 패널과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해 가상 스튜디오에 곧바로 활용한다. SK텔레콤도 지난 6월 비브스튜디오스에 지분 투자 계약을 했다. 영화 신과 함께·드라마 킹덤 시리즈 등의 특수효과 맡았던 덱스터스튜디오는 약 40억원을 투자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경기 파주 일대에 가상 스튜디오를 짓고 있다. CJ ENM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파주에 13동, 21만2883㎡ 규모로 들어설 콘텐츠 스튜디오 중 1개 동을 가상 스튜디오로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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