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법을 처음 배우고 느낀 배신감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2021. 9. 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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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처음 배우고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다.

살아가는데 긴요하고 배우는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기본법리를 왜 정규교육과정에선 가르쳐주지 않은 걸까.

법적으로 유효하려면 확정적 약속이어야 한다.

더 큰 배신감을 느낀 것은 현행법이 법에 대한 무지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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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변호사

법을 처음 배우고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다. 구두계약은 효력이 있을까. 없을까. 사기꾼이 써준 "피해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약속일까.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사기 위해 가계약금을 송금했는데도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아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가는데 긴요하고 배우는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기본법리를 왜 정규교육과정에선 가르쳐주지 않은 걸까.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닌 셈이다.

구두계약도 계약이다. 다만 상대방이 오리발을 내밀면 계약 사실을 입증하기 힘드니 녹음을 해두거나 되도록 서면 형태로 계약해야 한다.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법리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법적으로 유효하려면 확정적 약속이어야 한다. 비슷한 논리로 나중에 가격을 정하기로 한 매매는 무효다. 매매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대상물과 가격 정도는 확정돼 있어야 한다.
더 큰 배신감을 느낀 것은 현행법이 법에 대한 무지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난 후였다. 법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건전한 민주시민이라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법을 찾아 지키라는 의미다. 문제는 입법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민주시민과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현실의 간극이 꽤 크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구태여 만들어지지 않아도 될 범죄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폭행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을 변호할 때는 변호가 아니라 강의부터 해야 한다. 피고인들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은 자신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이 먼저 때려서 자기도 때렸다는 얘긴데 보통 이런 경우는 정당방위가 아닌 쌍방폭행이 인정된다. 공격에 대한 방어가 아닌 상호에 대한 공격이 교차했다고 보는 것이다.

폭행의 범위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 대부분 폭행범이 자신은 상대방을 살짝 밀쳤을 뿐이라며 억울해한다. 목격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살짝 밀쳤다는 얘기는 대부분 거짓말로 밝혀지긴 하지만 설사 폭행범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폭행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폭행의 정의는 상대방에 대한 유형력 행사다. 주먹이나 발로 가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는 것, 문을 세게 두드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역시 모두 폭행에 해당한다. 복잡한 법리 대신 "현행법이 요구하는 수준은 일단 그 자리에서 피할 수 있다면 피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팔이나 다리를 붙잡아 공격하지 못하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다"라고만 가르쳐줬어도 상당수 폭행범죄가 예방됐지 싶다. 우리나라가 범죄 발생건수 1위를 다투는 것이 폭행 아니던가.

무지를 용서해주지 않을 요량이라면 적어도 기본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근로기준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민법 기본조항, 형법 정도는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규정들이다. 시민들이 이 정도 규정만 숙지해도 법적 분쟁의 상당수는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의무교육과정에 포함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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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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