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현실판 '오징어 게임'

장혜진 2021. 9. 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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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선 정치판 한가운데로 소환됐다.

여야 주자들은 저마다 현실의 부조리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는 천태만상 SNS 감상평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오징어 게임을 지금의 대선판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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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카르텔·정치 불신 시대 속 국민들 새정권에 희망

최근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선 정치판 한가운데로 소환됐다. 여야 주자들은 저마다 현실의 부조리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는 천태만상 SNS 감상평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극중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배우)의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는 대사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이 후보는 “가장 가슴 시린 장면은 자신의 목숨과 456억원을 맞바꾸는 ‘데스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경쟁에서 이기지 못해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바닥’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표적 공약인 ‘기본 시리즈’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장혜진 정치부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오징어 게임을 지금의 대선판에 비유했다. 홍 후보는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루저가 되어 막판에 몰린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여 목숨을 걸고 거액의 상금을 노리는 이전투구(泥田鬪狗)판이 되어 가고 있다”고 촌평하며 어느 마지막 장면이 특정 후보를 연상시킨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최근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된 곽상도 의원 아들의 입장문이었다. 아들 곽씨는 자신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대리로 6년간 일한 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데 대해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라며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이라며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원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입니까,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입니까”라고 항변했다.

자신은 단지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뿐이라는 곽씨의 말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곽씨의 입장문을 본 한 지인은 “나도 제발 설계당하고 싶다”고 우스개로 말했다. 실제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30대 그룹 전문 경영인 퇴직금 20위 자료에서 곽씨는 4위에 이름을 얹었다. 이는 35년 넘게 삼성에서 근무하다 2018년 퇴사한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이 받은 44억 6800만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다만 ‘수천억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를 지적하는 곽씨의 주장은 그의 ‘50억 퇴직금’ 문제와 동시에 여전히 유효한 대목이다. “제일 센 쪽에 붙어. 그게 살길이야”라는 오징어 게임의 대사처럼 이번 사건 역시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과 힘센 사람들에게 붙으려는 여러 인물이 고루 등장한다. 어떤 면에선 올 초 국민을 공분케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의 확장판 같기도 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사건의 핵심을 ‘기득권 카르텔’과 ‘부동산 불로소득’ 두 가지로 규정하면서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대선 국면에서의 ‘네 탓 남 탓’ 고발전과 정쟁에 가려 잊혀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성기훈의 명대사를 하나 꼽아본다. “원래 사람(정치)은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 거지.” 정치 불신과 혐오가 만연한 지 오래됐다지만 ‘현실판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도, 말도 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국민들은 새 정권에 또 한 번의 희망을 걸고 있다.

장혜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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