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아들은 산재라고 50억 받고, 청년노동자들은 떨어져 죽는다"

강한들 기자 입력 2021. 9. 29. 22:04 수정 2021. 9. 2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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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파트 외벽 청소도중 추락사한 20대 노동자 추모집회

민주노총 특성화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앞에서 최근 고층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다 추락사한 20대 청년노동자를 추모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강한들기자

청년 노동자들이 고층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다 밧줄이 끊어져 추락해 숨진 20대 일용직 노동자를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다.

민주노총 특성화고노동조합은 29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앞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청년 노동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떨어져 죽고 끼어죽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20대 노동자 A씨는 지난 27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 도중 15층 높이에서 매달려 있던 작업용 밧줄이 끊어지면서 숨졌다. A씨가 소속된 청소업체는 지난 24일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보조 로프, 모서리보호대 구비’ 등 안전장비를 갖추라는 시정 조치를 받았지만, 3일 뒤 A씨가 일을 시작한 첫 날에도 보조 로프는 없었다. 보조 로프는 작업용 밧줄이 끊어질 경우를 대비해 설치하는 안전 장비다. A씨가 사망한 다음날인 28일엔 중대재해처벌법의 세부사항이 담긴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보다 강하게 처벌하는 법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절차가 완료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현장에선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특성화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앞에서 최근 고층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다 추락사한 20대 청년노동자를 추모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강한들기자

청년 노동자들은 안전보건공단의 시정조치에도 이를 무시한 청소업체에 죽음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소업체가 보조작업줄을 달지 않는 이유는 작업 속도가 줄어들어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몇 푼 더 남기려고 청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을 든 청년들은 충남, 인천, 서울 등에서 모였다. 한 청년 노동자는 헬멧·벨트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A씨에게는 없었던 보조로프를 양손에 들고 섰다. 특성화고를 다니는 이은규씨(18)는 양손에 서른 송이 국화를 들었다. 이씨는 사고를 보고 어떻게 느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년부터 건축 쪽에서 일하게 될 예정인데 (이 소식을 듣고)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김수빈씨(28)도 “국회의원이나 어른들이 경각심이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산재로 수 십억원에 달하는 위로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공분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 신청을 한 김수빈씨는 “산재 처리가 될지 안 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진짜 산재라면 거기에 마땅한 증거 자료를 내라”고 말했다. 이한수씨(24)도 “산재라고 변명하는 게 너무 뻔뻔하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산재로 죽었는데 그들에 대한 모욕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서현 민주노총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회의원 아들은 산재라고 하는 이야기로 50억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떤 노동자들은 163m 높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참혹한 죽음의 행렬, 잔인한 불평등을 바꿔야 청년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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