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참사 뒤 약속 '정규직 전환'..3년째 제자리 걸음

김준범 2021. 9. 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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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전모 챙겨 쓰고 배낭을 멘 청년 노동자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었던 4월 28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섰습니다.

이곳에서 퇴근하지 못했던 김용균 씨입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연기 내뿜는 발전소를 바라보며 동료들의 안전한 퇴근을 기원하면서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가 떠난지 벌써 3년이 다 돼가지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게 하겠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발전소 노동자의 정규직화' 였는데 현장에선 거꾸로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실태를, 김준범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불꽃이 남아있는 보일러.

상반신을 안으로 집어 넣어 석탄 덩어리를 꺼냅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발전소 노동자 : "추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다리를) 잡아주고 있는 거예요."]

김용균 대책의 핵심인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정규직화할지 방침을 정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김용균 씨가 속했던 발전운전 인력 2천여 명을 '한전산업개발' 소속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다.

먼저 한전산업개발을 한전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데, 이 첫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전산업개발의 1대 주주는 자유총연맹.

2대 주주인 한전이 지분을 사들여야 하지만 아직도 가격협상은 커녕 기업실사도 없었습니다.

[배진교/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한전산업개발을 통한 정규직 전환 절차 조차 한 발자국도 나아가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과연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1년 반을 허비한 사이 인수 작업은 더 꼬이고 있습니다.

지분 인수라는 호재에 한전산업개발 주가가 최고 8배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난데없는 '주가 폭등'으로 인수 협상이 더 복잡해지면서 발전 노동자 정규직화는 이른바 '희망고문'이 돼가고 있습니다.

[신대원/한국발전기술 노조위원장 : "전혀 나아진 게 없습니다. 그 기다림이라는 시간 속에 사람들이 사실 얼마나 지치겠습니까."]

정규직 전환 0명, 그 사이 발전소 비정규직은 천 명이나 더 늘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김지혜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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