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직원들, 에볼라 대응하러 간 콩고서 현지 여성 성착취 '사실로'

박용하 기자 2021. 9. 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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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사위, 관련 보고서 발표
고용 미끼로 성적 대가 요구
다른 구호단체 직원도 연루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아프리카 콩코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활동하던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이 고용을 대가로 현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옥스팜, 국경없는의사회 등 다른 단체 직원들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구호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제기구들의 성비위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직돼 활동해 온 WHO ‘콩코 성착취’ 조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WHO 일부 직원이 민주콩고에서 현지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당시 콩고는 에볼라가 창궐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다수의 직원들을 현지에 파견한 상태였다.

이번 보고서는 성착취에 연루된 구호활동가들이 83명에 달하며 이들 중 21명이 WHO 관계자였다고 밝혔다. 다수는 WHO가 현지에서 임시로 고용한 콩고인들이었으나 파견된 의사와 컨설턴트, 일부 고위 직원도 성착취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3세 미성년자를 포함해 총 75명을 대상으로 성관계 강요 등 각종 성폭력을 벌였으며 강간도 9건 확인됐다. 29명의 여성들은 임신한 상태였고, 강제로 낙태했다고 증언한 이들도 있었다.

대다수 성폭력 사례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한 것으로, 일자리 등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이뤄졌다. 하지만 약속된 고용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돕는 이들에 대한 역겨운 배신”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콩고에서 성착취를 벌인 이들 중에는 WHO뿐만 아니라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옥스팜,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스팜의 경우, 2011년에도 아이티 대지진 구호 현장에서 원조를 대가로 성매매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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