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몰수' 베를린 시민의 분노..공은 의회로

김혜리 기자 2021. 9. 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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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에 "부동산회사 24만채 공유" 투표서 56%가 찬성

[경향신문]

독일 베를린 시민의 과반수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24만여채의 주택을 몰수하는 데 찬성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이긴 하지만 치솟는 집값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 만큼 의회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지 언론 도이치벨레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실시된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주택을 몰수 및 공유화’에 대한 베를린시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56.4%를 기록했다. 그동안 다른 주민투표에선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유권자 중 25% 이상 투표라는 조건도 충족됐다.

주민투표를 발의한 시민단체 측은 도이치보넨사 등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 기업들의 주택을 몰수하고 해당 기업들에는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보상할 것을 주장한다. 또 주민투표 결과를 입법할 수 있는 근거로 “토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국유화를 목적으로 공유 재산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독일 연방기본법 제15조를 들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시민들의 뜻대로 실제 몰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베를린시 측에선 투표 결과를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게다가 좌파당 링케를 제외하면 부동산 몰수에 대한 정당들의 입장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베를린의 첫 여성 시장으로 선출된 사민당의 프란치스카 기파이 시장은 27일 “주민투표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 의회에서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검토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로펌 크나우테의 야콥 한스 히엔 변호사는 도이치벨레에 “ ‘시장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보상은 위헌이 될 것”이라며 “의회가 실제 법을 만들기보다는 부동산회사 등 소유주들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지렛대로 주민투표 결과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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