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몰수' 베를린 시민의 분노..공은 의회로
[경향신문]
독일 베를린 시민의 과반수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24만여채의 주택을 몰수하는 데 찬성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이긴 하지만 치솟는 집값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 만큼 의회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지 언론 도이치벨레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실시된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주택을 몰수 및 공유화’에 대한 베를린시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56.4%를 기록했다. 그동안 다른 주민투표에선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유권자 중 25% 이상 투표라는 조건도 충족됐다.
주민투표를 발의한 시민단체 측은 도이치보넨사 등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 기업들의 주택을 몰수하고 해당 기업들에는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보상할 것을 주장한다. 또 주민투표 결과를 입법할 수 있는 근거로 “토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국유화를 목적으로 공유 재산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독일 연방기본법 제15조를 들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시민들의 뜻대로 실제 몰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베를린시 측에선 투표 결과를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게다가 좌파당 링케를 제외하면 부동산 몰수에 대한 정당들의 입장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베를린의 첫 여성 시장으로 선출된 사민당의 프란치스카 기파이 시장은 27일 “주민투표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 의회에서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검토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로펌 크나우테의 야콥 한스 히엔 변호사는 도이치벨레에 “ ‘시장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보상은 위헌이 될 것”이라며 “의회가 실제 법을 만들기보다는 부동산회사 등 소유주들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지렛대로 주민투표 결과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4·19 도둑 참배” 비판···이재명·조국은 기념식 참석
- [단독]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
- 이미주-송범근 ‘열애’ 팬들은 알고 있었다···이상엽도 응원
- “선거 지고 당대표? 이재명식 정치문법” 한동훈 조기 등판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 대통령실, 국립대 “의대증원 조정” 건의 수용 방침···1000명까지 줄듯
- 테슬라 주가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 시가총액 5000억 달러 아래로
- 어린이집서 분유 마시던 생후 8개월 영아 숨져
- 김재섭 “국민의힘 지지층, ‘젊은 당대표’에 트라우마···난 제2의 이준석 아니다”
- 국민의힘, 위성정당과 흡수합당 착수···이달 내 완료
- ‘판돈 2억’ 사이버 도박판 총책이 중학생…베팅 회원 중엔 초등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