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패스, 미접종 불이익보다 접종 혜택 주는 방식으로"

김지훈 2021. 9. 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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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정부, 유럽처럼 '네거티브' 방식 차용
미접종자 시설 이용·행사 참여 제한
전문가들 "반발만 키울 우려 있어"
접종 설득 위한 당근책 도입 제안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1월 초로 계획하고 있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의 방안 가운데 하나로 미접종자들의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행사 참여를 제한하는 형태로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행과 사망자 규모가 커 미접종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택한 유럽 국가들의 방식을 차용한 것인데,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접종완료자의 이익을 늘려주는 포지티브 방식의 백신 패스 제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9일 브리핑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에서는 전체 확진자 규모보다 접종받지 않은 분들의 접종률을 최대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에서는 백신 패스를 통해 미접종자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다중이용시설 이용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처를 하는 등 미접종자에게 여러 불편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이어 “국내에도 백신 패스를 도입한다면 미접종자들의 경우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다중이용시설 이용이나 행사 참여 등을 제한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접종 기회를 부여받지 않았던 저연령층 또는 접종을 선택에 맡긴 청소년층은 백신 패스 제한의 예외로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미접종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백신 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례로 든 독일의 경우 지난달부터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거나 호텔 숙박, 영화관 출입, 병원 면회 등을 하기 위해서는 접종완료자이거나 유전자증폭 검사 48시간 이내 음성 판정자, 혹은 확진 뒤 완치자임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접종자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2~3일에 한 번씩 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다음달 11일부터는 원래 무료였던 검사가 35~69유로(5만~10만원) 상당의 유료검사로 전환된다. 다만, 임신부나 소아, 의료적 이유로 접종을 받을 수 없는 미접종자는 예외로 둔다.

프랑스에서도 독일과 같은 대상에게 ‘보건 패스’를 발급해 지역 간 이동과 극장,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공무원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접종완료나 음성 판정을 입증하는 ‘그린 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직시키거나 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있고, 그린 패스 없이 출근할 경우 최고 1500유로(207만원 상당)의 벌금도 부과한다. 이스라엘은 접종완료 6개월이 지나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해야 ‘그린 패스’를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미접종자들에게 다중이용시설 출입 제한 등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접종완료자의 이익을 늘려주는 포지티브 방식의 백신 패스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접종완료자에게만 식당·카페 이용시간을 더 늘려준다든지 현재 시행 중인 백신 인센티브 체제를 더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미접종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백신 패스를 운영하면 반발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인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미접종자에게 음성 확인서가 없다고 시설 이용 자체를 못하게 막는 정도로까지 제한하기는 쉽지 않아서 미접종자에게 사적모임 제한을 풀어주지 않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며 “신념상 접종받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접종 참여 설득에 더 매진한 뒤에 유흥시설 등 감염 위험이 큰 장소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백신 패스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당장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보다는 접종률을 더 높이고 상당 기간 설득을 거친 뒤에 감염 위험이 큰 클럽이나 유흥주점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을 풀어주고 대신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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