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내년으로 미룬 與..당내 신중론·文부담에 결국 '후퇴'

김형섭 입력 2021. 9. 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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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 밀어붙이다가 막판에 급선회
靑 신중 기류 속 '대통령 거부권 정국' 부담이 결정적
野 필버 저지 '불가능'도 고려한 듯…대선 악영향 우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언론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던 더불어민주당이 29일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부여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전에서 사실상 내년으로 미뤘다.

'언론 재갈 물리기법'이라는 국내외 비판 속에 임기 말 '대통령 거부권' 정국으로 비화되는 데 대한 부담과 당내 신중론 등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국회 내 여야 동수 총 18인으로 구성되는 국회 내 '언론미디어제도 개선특위'에서 논의키로 결정했다.

당초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서 언론중재법 처리 시한을 지난 27일로 잡았던 만큼 반드시 이날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상정·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국회 내 특위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는 국민의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사흘째 이어진 원내지도부 차원의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기존 '최대 5배'였던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놓고 국민의힘이 완전한 삭제를 주장하자 '충분한 손해배상이 되도록 하되 보도 경위나 피해 정도에 따라 증액한다'는 타협안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손해배상 증액의 여지를 둔 것에 반발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원천 삭제를 요구했다.

열람차단청구권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의 침해'의 경우에 국한해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완전 삭제를 주장해 이견 좁히기에 실패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에 법안 상정을 요구하는 등 이날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 태세를 취했지만 막판에 기수를 돌렸다.

미디어특위의 활동 기한이 올해 12월31일까지이고 여야 간 이견으로 전격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언론중재법 처리를 내년으로 미룬 셈이다.

민주당의 급격한 방향 선회는 국내외 언론·인권단체와 시민사회의 부정적 여론 속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충분한 검토'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순방을 마친 뒤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 안에서 이뤄진 기자단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해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4일 YTN '더 뉴스'에서 언론 중재법에 대해 "청와대는 여야 간 합의로 처리되지 않아서, 여야 간 갈등과 경색이 지속되면서 10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산안 심의나 많은 입법과제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29. photo@newsis.com

청와대로서는 문 대통령의 5년 성과를 정리해야 하는 임기말에 언론중재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과 남은 개혁과제 등이 야당의 격한 반발 속에 매끄럽지 못한 결과를 남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 언론중재법 통과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당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부담을 키웠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국내 논란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언론탄압'이라는 프레임이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씌워질 수 있어서다.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상정 키를 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건 가운데 우여곡적 끝에 상정을 시키더라도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다면 이를 저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여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회기 중 필리버스터 중단을 위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의원 총원이 297명이어서 179명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정의당이 일찌감치 현재 논의 중인 언론중재법에 반대 입장을 못박았고 원내 1석의 소수정당인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도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점, 이낙연·정정순 의원의 의원직 사퇴 또는 상실과 이상직 의원의 구속 상태 등을 감안할 때 필리버스터 저지선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시 오만과 독선 프레임에 갇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오후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안을 지도부에 위임키로 결정한 의원총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신중론이 조금 더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론을 펼친 의원들은 "지금 단독 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과 잃을 것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시점이 맞느냐"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가짜뉴스 피해구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려다 청와대의 제동으로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조소가 나오는 가운데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당내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도 예상돼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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