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주의 - 알렉시스 토크빌 [박형준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약 6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쟁이나 홀로코스트, 내전 등으로 죽어간 시대가 20세기다. 과학기술혁명과 자본주의로 인류 100만년 변화를 사소하게 만드는 엄청난 변화를 일궈냈지만 사람이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시대가 20세기다. 문명과 야만의 두 얼굴이 이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나타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 야만을 가져온 것이 크고 작은 전체주의다. 제국주의, 나치즘, 공산주의, 강압적 독재 등. 그래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야만의 올가미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이야말로 20세기가 남긴 가장 큰 성취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 역시 비틀거리고 있다. 갈등 유발형 정치와 정치적 부족주의,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 정책을 대신하는 가십 등 지성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본래의 장점은 빛이 바랬다.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보다도 무엇이 민주주의 성공의 조건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프랑스인 토크빌이 관찰을 통해 밝혀낸 미국 민주주의의 특질과 강점, 그것은 곧 현대 민주주의의 준거이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의 성공 조건을 정신, 제도, 문화, 사람에서 찾는다.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사상에 기초하고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경험주의와 실용주의 정신. 권력의 적절한 통합(연방)과 분산(자치), 권력의 남용을 막고 행위의 규준을 명확히 마련해주는 3권 분립과 특히 독립적인 사법 제도.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기초한 시민종교와 타운홀 미팅과 같은 높은 참여 문화. 사변에 심취하지 않고 데카르트를 읽지 않으며 지적 권위주의와 허영심에 들뜨지 않는 사람들. 이런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조건들은 유효한데, 왜 현실의 민주주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듯 보일까. 토크빌이 오늘 다시 미국을 관찰한다면 그의 낙관주의가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형준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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