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새 총리에 온건파 기시다, 한·일관계 전환점 기대한다
[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이 29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기시다 총재는 다음달 4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총리 선출 절차를 거쳐 총리로 취임한다. 기시다는 이날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에게 1표 차로 앞선 뒤 결선투표에서는 87표 차로 승리했다.
기시다는 2007년 아베 1차 내각 때 내각부특명대신으로 입각한 뒤 아베 2차 내각에서 4년7개월여 동안 외무상을 지냈다. 또 아베·스가 내각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개헌에 찬성하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지한다. 탈원전보다 원전 재가동 추진을 선호하며 대외정책에서도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대중국 압박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베 신조와 스가 히데요시 내각의 연장선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의 관심은 일본의 새 정부 출범이 한·일관계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다. 현재로선 기시다가 이끌 차기 일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기시다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파기한 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2018년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잇단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8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그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초래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먼저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법원은 지난 27일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매각 명령까지 내렸다. 일본은 그동안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화를 한·일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여긴다고 공언해왔다. 한·일관계를 한층 더 악화시킬 악재가 터진 셈이다. 향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일본의 수출규제 등 양국이 풀어야 할 현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점은 양국 정부 모두 공감한다. 기시다 정부의 출범을 맞아 양국 정부가 새로운 마음으로 경색된 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된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음달 4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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