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특위 전격 합의한 여야, 충분한 협의로 개혁안 도출해야
[경향신문]
여야가 29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운영하는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구성,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미루는 대신 ‘여야 동수’ 18인으로 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과 더불어 정보통신망법·방송법·신문법 등의 개정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위 구성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다. 여야는 시간을 확보한 만큼 특위를 통해 언론관계법을 심도 있게 논의함으로써 언론의 책임과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조항 등은 언론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옥죌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았다. 언론 현업단체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국경없는기자회 등 국제언론단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에 밀린 여당은 8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일부 주장을 접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처리가 지연됐다. 막판 여야 간 합의로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하는 상황은 피했지만 이견을 보인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여야는 숙려 기간을 확보한 만큼 폭넓고 면밀한 논의로 법 개정에 임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은 우리 사회와 언론계에 시사점을 던졌다. 우선 언론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 내용은 문제가 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언론계 스스로 가짜정보를 걸러내고, 질 높은 보도로 언론개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계는 이를 실천에 옮겨 자정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언론 현업단체의 사회적 합의기구 제안을 받아들여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언론중재법과 함께 논의될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개정도 변화하는 언론환경에 맞춰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법안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 견지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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