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론·靑신중론..與, 후폭풍 부담에 결국 '빈손 회군'

김동호 2021. 9.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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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이기려면" 대선 실익 계산..대장동 정국서 전선분산도 염두
강경론서 물러선 송영길..당내 강경파·강성 지지층 이탈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윤관석 사무총장이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홍규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2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강행을 접으며 '빈손 회군'했다.

민주당이 당초 디데이로 정해뒀던 27일을 이틀 넘긴 시점에서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언론개혁 완수' 목소리 속에 지난 3개월간 법안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여당 독주' 프레임으로 인해 임기말 국정운영과 내년 3월 대선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만 키운 채 소득없이 돌아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미디어특위를 통한 언론 관계법 전반에 대한 논의 합의를 명분으로 가까스로 퇴로를 찾았지만, 연내는 물론이고 대선전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합의문에는 처리 시한조차 명시되지 않아 일각에서 "백기투항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의총에서는 처리 수순을 밟자는 강경론과 속도조절론이 맞섰고, 이어진 최고위에서도 의견이 3대3으로 갈리자 송 대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만 해도 '표결 처리'를 거론, 강행을 시사하는 등 언론중재법 처리의 선봉에 섰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일단 뜻을 접게 된 셈이다.

앞서 송 대표는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민생 법률"이라며 "여기 앞장선다고 해서 중도 확장 기조가 퇴색되는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의지를 보여왔다.

이같은 강경 기조 속에 민주당은 지난 7월 초 국회 문체위에서 소위와 안건조정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까지 일사천리로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해온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허위보도에 대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조항이 위헌이라는 야당과 언론단체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여기에 청와대가 언론법 충돌에 따른 정국 경색 우려를 내비치며 민주당의 움직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송영길 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9.29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특히 임기 막바지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언론법 강행시 후폭풍과 정국 파행 가능성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국제사회에서도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해치는 '재갈법'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터져나왔고, 이에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문 대통령이 초유의 거부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당내에서도 언론중재법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중도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등 정권 재창출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국 최대 이슈인 대장동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불거지며 대야 역공으로 국면 반전을 모색하는 상황에 큰 실익이 없는 언론법 독주로 다시 야당에 발목잡히면서 전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날 열린 의총에서는 총 23명의 의원이 발언을 신청, 양론으로 나뉘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의원은 "이번에 입법하지 않으면 대선도 어렵고 다음 정부도 어렵다"며 타이밍을 강조했고, 김승원 의원도 "국민을 위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만한 내용이 담기면 여론이 바뀔 것"이라며 이날 처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 출신 친문 핵심인사들이 신중론을 지피고 나섰다고 한다.

국정상황실장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은 "지지자들은 억울해하지만,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한다"고 말했고, 고민정 의원도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이 얼마나 됐는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여한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임기가 2년 더 남아있다. 지금 꼭 하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정청래 이재정 김용민 의원 등 32명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법안 상정을 요구하는 압박하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지지층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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