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줄 써라' 지적 무시해 49층서 유리창 닦던 20대 추락 사망

곽래건 기자 2021. 9.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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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의 한 건물 외벽에서 인부들이 줄에 의지한 채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다. (기사 내 사건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아파트 외벽 유리창 청소를 하는 업체가 ‘보조줄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무시해 3일 뒤 20대 작업자가 추락해 숨졌다.

29일 중부지방고용청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유리창을 청소하던 A(29)씨가 약 40m 높이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당 아파트는 최고 49층으로, A씨를 포함한 일용직 작업자 6명이 ‘달비계’로 불리는 간이 의자를 밧줄에 매달아 그 위에 앉아 청소를 했다.

조사 결과 A씨의 달비계에 연결된 줄은 날카롭게 잘려있었다. 중부지방고용청은 아파트 외벽 위쪽에 설치된 간판에 쓸려 줄이 잘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달비계를 쓸 때 ‘구명줄’로 불리는 보조줄을 작업자에게 연결하도록 하고 있지만, A씨를 포함한 6명 모두 보조줄을 사용하지 않았다. 숨진 A씨는 유리창 청소 경험은 있었으나, 해당 아파트 청소에는 사고 수일 전 투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청소업체는 사고 3일 전인 지난 24일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보조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지적받은 상태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유리창 청소를 진행한다’고 신고해, 공단이 지난 24일 안전 확인차 현장 점검을 나왔다는 것이다. 당시 점검에서 공단은 보조줄 문제 뿐만 아니라, 외벽 간판에 줄이 스쳐 끊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중부지방고용청 관계자는 “보조줄을 하게 되면 작업 시간이 길어져 업체가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지적 사항을 고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고 했다.

달비계 추락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현재까지 총 13명이 숨졌다. 지난 8일에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달비계를 타고 외벽 청소를 하던 23세 작업자가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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