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재에 휘청이는 세계 증시..반도체 비관론까지 겹친 한국 증시

정해용 기자 2021. 9.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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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금리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세계 증시 짓눌러
상원 부채 한도 조정도 교착상태
반도체 기업 업황 부진 우려도 한국 증시에 악재될 듯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글로벌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미 국채 금리 급등과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한 원자재 값 상승, 미국 부채 한도 조정 협상 교착 등이 동시에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3% 하락한 1만4546.6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 3월 18일 이후 최대다. 또 S&P500지수는 2.04% 내리며 지난 5월 12일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다우존스지수는 전일 대비 569.38포인트(1.63%) 하락한 3만4299.99에 거래를 마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휘청였다.

연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맥없이 내렸다. 29일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22%내린 3060.27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장중 1000 아래로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1.09% 하락한 1001.46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12%·639.67포인트)와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1.83%·65.92포인트)도 2% 안팎의 하락을 기록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마켓 스페셜리스트들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른 데다 부채한도와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지속되면서 크게 하락했다. / AP·연합뉴스

① 연준 긴축 공포감에 급등한 금리

세계 증시가 짓눌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할 것이 우려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돈줄을 죄고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 내부 자금보다 차입을 통해 성장해온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들도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미국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28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6%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 양상을 보였다. 10년물 금리가 1.5%를 넘긴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의 긴축 우려에 불씨를 당긴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다. 파월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은 공급 병목현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라며 “인플레이션이 줄어드려면 공급 차질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알타프 카삼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최고투자전략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람들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연준의 긴축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했다.

② 공급망 병목현상과 원자재 값 상승 한파

이렇게 파월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 이유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급망 병목현상과 이에 따른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IHS 마킷은 최근 미국과 유로존 19개국의 9월 구매자관리지수(PMI)를 분석하며 “공급망 병목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장 생산량은 줄고 재고가 늘었다”며 “세계 공장들은 수요 급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치솟는 운송비와 유류비, 자재·부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망의 차질이 빚자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은 급등했다. 국제 유가의 글로벌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7일(현지 시각)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배럴당 79.5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1.84% 올라 80달러에 육박하며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일 내로 8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봤다.

유럽에선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럽 내 대표적인 천연가스 지표가격인 네덜란드 TTF(익일물)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장보다 8.92% 급등한 76.507유로에 마감됐다. 이는 역대 최고가로, 지난 8월말과 연초와 비교하면 각각 52%, 300%씩 폭등한 수준이다.

벨리타 옹 돌턴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고, 공급망 병목현상은 모든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부채 한도 조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③ 미 정치 불안도 시장에 충격

미국의 정치 불안도 시장에 짐을 더 얹고 있다. 미국 의회는 다음 달 중순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초유의 디폴트(국가 채무 불이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 정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추가로 돈을 빌리지 못해 남은 현금과 비상 수단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긴급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8일(현지 시각)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다음 달 18일까지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비상 조치의 재원이 소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되면 금융시장, 고객 계약, 국가신용등급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되면 금융시장, 고객 계약, 국가신용등급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하고 있다. -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

④ 한국 증시는 반도체 비관론까지 겹악재

글로벌 악재에 시장이 출렁이는 와중에 국내 증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관론의 풍파까지 겪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시가총액의 상위 종목들이 반도체 기업들인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이 끊임없이 확산하고 있고 이게 국내 증시에 공포감을 더하는 형국이다.

반도체 업황 비관론은 지난 23일부터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이날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세계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D램 가격이 3~8%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7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 2021′에서는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반도체 부족 해소 전망을 내놨고 이어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분기 실적 전망을 낮췄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감을 낮추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겪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9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낮췄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대해 “개인용 컴퓨터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4분기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약세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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