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 차는 없다?"..'2000만원대 경차' 캐스퍼는 반칙왕, '좌불안석' 사라졌네
2000만원대 경차, '반칙왕'으로 등극
디자인, 편의성, 안전성 모두 수준급
마감 품질과 고속 주행성능은 아쉬워
직접 타본 캐스퍼는 '반칙왕' 면모를 보여줬다. 기존 국산 경차의 룰(Rule)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국산차 최초 경형 SUV라는 세그먼트 창조는 약과다. 디자인, 성능, 안전성, 편의성 측면에서 모두 경차 수준을 뛰어넘었다. 가격도 물론 경차 수준을 넘어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 수준에 근접했다.
차명에서도 반칙왕이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스케이트 보딩에서 보드를 뒤집어 착지하는 기술에서 유래했다. 기존 경차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캐스퍼는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있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투싼, 싼타페처럼 미국 도시나 휴양지에서 차명을 가져오는 현대차 SUV 전통을 지켰다.
기아 모닝 및 레이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은 같다. 전고는 모닝보다 90mm 높고 레이보다 125mm 낮다.
외모는 깜찍하면서도 다부지다. BMW그룹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MINI)처럼 원형 램프를 적용했다. 터보 모델은 램프 옆에 원형 장식을 더해 '네눈박이'다. 현대차 코나부터 시작된 분리형 헤드램프는 세련된 이미지다.
원형 램프와 하나가 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직사각형 프리미엄 스피커를 연상시킨다. 운전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사다리꼴 스키드 플레이트, 중간 부분이 볼록한 파워돔 형태의 보닛은 작지만 탄탄한 SUV 존재감을 보여준다.
옆모습은 오프로더 이미지를 풍긴다. 변형 사다리꼴 형태 앞좌석 창문과 그 보다 작은 뒷좌석 창문, 차에 옆을 일직선으로 관통하지 않고 창문을 감싼 니은자(ㄴ) 형태로 디자인된 벨트라인은 야무진 이미지에 한몫한다.
리어램프와 뒤쪽 범퍼는 헤드램프와 그릴과 같은 디자인을 적용했다. 좌우 양쪽 끝까지 가로로 이어져 차체를 좀 더 넓어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추구했다.
실내는 깜찍하고 귀엽다. 시승차는 버튼, 지퍼 시트, 스티치에 오렌지 컬러를 적용했다. D컷 스티어링휠(핸들)은 운전자 무릎 위 공간을 좀 더 넓혀준다.
센터콘솔은 없애고 기어노브를 대시보드에 탑재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여기에 벤치형 시트를 적용, 운전석과 조수석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기어노브는 작은 핫도그를 닮았다. 8인치 팝업 디스플레이도 채택했다. 컵홀더는 운전석 시트에 부착됐다.
카시트 장착용 아이소픽스 체결 부분과 시트 박음질이 다소 엉성하다. 경차인 만큼 소재도 고급스럽지는 않다.
모든 좌석을 다 접으면 실내 길이가 최대 2059mm까지 나온다. 뒷좌석 시트도 최대 160mm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39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다. 웬만한 성인도 넉넉히 누울 수 있는 '차박'(차+숙박) 공간이 생긴다. 달리는 별장이 된다.
뒷좌석을 앞으로 밀면 301ℓ 적재공간이 생긴다. 한두명이 캠핑이나 차박을 즐길 때 필요한 텐트, 바바큐 용품, 의자, 테이블 등을 모두 실을 수 있다.
캠핑이나 차박을 위해 길이 아닌 곳으로도 갈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모던 트림부터는 눈길, 진흙길, 모래길 등 주행조건과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 엔진 토크, 제동 등을 통합 제어하는 2WD 험로 주행 모드를 기본 탑재했다.
경량화 공법인 핫스탬핑을 주요 부위에 집중적으로 적용해 충돌 시 차체 변형을 최소화했다. 고강성 경량 차체 구현으로 비틀림 강성과 평균 인장 강도를 높여 안전성을 확보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경형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드라이브 모드와 험로주행 모드는 기어노브 옆에 있는 다이얼로 선택할 수 있다. 드라이브는 노말과 스포츠로 구성됐다. 험로 주행은 스노, 머드, 샌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배기량이 같은 기존 경차보다 좀 더 힘 있게 주행한다. 오르막길에서는 엔진소리가 다소 거슬리지만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가 통통 튄다. 고속에서 차선을 바꿀 땐 좌우 흔들림으로 불안감을 준다. 정차 때 엔진 떨림 현상도 나타난다. 변속질감도 투박하다. 4단 변속기의 한계다.
전반적으로 고속에서는 주행성능과 안정성이 부족한 편이다. 모닝보다 키만 키운 경차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일상 주행영역에서는 기존 경차보다 준수해진 성능을 발휘한다.
편의성과 안전성은 경차 수준을 뛰어넘었다. 2000만원이 넘는 소형 SUV나 준중형세단에 버금간다.
캐스퍼는 얼리버드 예약(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14일 1만8940대를 기록했다.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사전계약이었지만 올해 생산 목표치인 1만2000대를 훌쩍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세웠던 1만7294대보다 1646대 높은 수치다.
경차를 싼 맛에 사는 게 아니라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디자인, 더 안전해진 성능, 더 편리해진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캐스퍼는 디자인은 물론 편의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창조했다. 불안하고 불편해서 경차를 타지 못하겠다는 불만은 캐스퍼에는 통하지 않는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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