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끊임없는 산업재해, 어떻게 해야 하나

박영서 2021. 9. 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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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호 창원대 법학과 부교수
오상호 창원대 법학과 교수

한국의 산재로 인한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수 비율을 국제적인 통계와 비교해보면 한 가지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재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평균 이하인데, 재해 사망률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데이터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경미 재해의 은폐 근절대책 및 중대 재해의 실효적 예방대책 마련이다. 최근 한국의 법·정책 대응은 후자에 집중되어 있고 그 중 쟁점 이슈는 '법'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후진국형 사고 사망 재해 폐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법이 중대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노사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사고 사망 재해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과 대책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재해 원인의 80% 이상이 근로자의 불안전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하지만, 근로자의 안전의식 개선을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주의 의식 개선이 요구된다. 물론 근로자의 불안전한 생각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안전한 생각을 안전하게 변화시키는데 사업주의 안전경영과 안전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사업주가 안전 확보 여부를 크게 좌우하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주 자신도 현장에서 솔선수범하여 안전대책을 실시하고 근로자에게도 실시하게 하는 인식 개선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하인리히(Heinrich)의 1:29:300 법칙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1건의 사망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이와 유사한 경미한 사고가 29건 일어나고, 그보다 먼저 300건의 무상해 사고, 즉 이상징후가 감지된다는 이 법칙에 따르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산업안전보건 정책으로서 경미한 사고와 위험예지활동에 따른 2차사고에 대한 예방관리가 중요하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위험예지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위험성평가의 기법을 받아들인 '위험성 평가 위험예지활동'을 보급해 가면, 본래의 위험성평가와 어울려 작업장의 안전보건 관리가 더욱 향상되어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위험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안전보건 활동이 현장에 어느 정도 안착된다면 이후 현행 산업재해조사표에 작성해야 하는 리스트에 재발방지 계획과 함께 위험예지활동 평가란을 추가하는 제도적 개선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6월 14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은 "산업현장의 중대재해와 관련해 노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즉, "중대재해는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닌 노사가 함께 책임과 역할을 져야 하므로, 이에 조속히 노사가 관리체계로서 노사공동 거버넌스 구축 등을 위해 업종별 중대재해 관련 세부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의 노사정 3자 협의구조는 노사협의 의무를 노동정책 실현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과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분야 ILO 협약의 경우 후자가 강조되는데, 이는 산업안전보건 조치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개별 협약의 특성이 반영된, 특화된 노사협의가 중요한 필수적 조건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노사의 사회적 대화와 책임 있는 역할이 산업안전보건 정책 및 전략의 수립 및 집행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5월 안전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한 '제5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특히 신산업·신기술 도입으로 신규 화학물질의 증가 등 새롭게 등장하는 안전보건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체계적·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제조현장에서 활용되는 3D 프린터에서 배출되는 가스에는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이 검출된다.

다른 측면도 있다. 작업현장이 디지털화되면 전통적인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고, 근로자의 동선이 정확히 확보되어 산재 발생은 감소할 것이다. 안전보건 관리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예방 기법이 개발되고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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