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은행지분 국유기업에 매각 1.8조원 확보..中정부개입(종합2보)

정지우 2021. 9. 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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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가 국유기업에 매각 1조8000억원 유동성 확보
- 은행에서 빌린 자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 채권 이자 문제 남아 있어
- 총부채 361조원엔 턱없어, 사실상 '질서있는 파산' 수순

건설이 중단된 중국 허난성 뤄양 소재 헝다그룹 신축 아파트 단지. 로이터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은행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이로써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모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생겼다. 인수 대상자는 국유기업이다. 중앙 정부의 개입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헝다가 갚아야 할 부채가 361조원+알파(α)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보다는 '질서 있는 파산'에 무게가 실린다.

■국유기업 등장… 中정부 부담 분산
29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중국과 홍콩 증시 개장 직전 성명을 내고 자회사 보유 중국 성징은행 지분 19.93%를 99억9000만위안(약 1조8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국영기업인 선양성징금융투자다. 이 기업 홈페이지를 보면 선양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선양시정부가 설립한 국유자본투자 및 운영 회사라고 나와 있다. 주식 양도가 완료되면 국유기업은 성징은행 지분 20.79%를 차지하게 돼 최대주주가 된다.

헝다는 이날까지 2024년 만기 도래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59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당초 헝다로부터 해결법이 제시되지 않은 시점에선 지난 23일처럼 달러 채권 계약서에 부여된 30일 유예기간을 조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열린 3·4분기 화폐정책위원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과 주택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중앙은행이 주택과 부동산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날 설명했다.

따라서 헝다가 일주일여 동안 지속되는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부채 해결 방안 제시를 독촉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자가 불확실성을 갖고 국경절을 지낼 경우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당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헝다는 지난달 20일 당국에 웨탄(예약면담) 형식으로 불려나가서도 부채를 갚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없애라는 경고를 받았다.

주요 외신은 이날 중국 국영기업과 정부 지원을 받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게 파산 위기의 헝다 자산을 매입하라는 중앙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선양성징금융투자가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중국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 광저우시 도시건설투자 집단이 헝다 프로축구팀 광저우 FC주경기장(건설비용 120억위안)과 주변 주택사업 인수 합의를 앞두고 있으며 완커그룹, 화룬치지 등 국유 부동산 기업도 헝다 자산 매입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헝다 자회사 보유 성징은행 지분 매각 공고, 중국 매체 캡쳐

■회생보다는 '질서 있는 파산' 무게
헝다는 지분 매각 대금 전액을 성징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거래를 통해 성징은행이 안정되면 자회사가 계속 보유할 성징은행의 나머지 지분 평가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로 인해 헝다가 1조8000억원을 자금을 확보했더라도 당장 채권 이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 23일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에, 이날 만기가 찾아온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59억원)까지 더해 단순 계산하면 우리 돈 2000억원에 근접한다.

또 이 유동성 공급만으론 전체 부채 해결 관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KDB베이징에 따르면 헝다의 총부채는 1조9700억위안(약 361조원)이다. 이 가운데 5717억위안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채다. 여기다 부채로 계상되지 않은 이재상품 발행 잔액(400억위안), 우발 부채, 소송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채는 2조위안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본금은 4110억4000만위안에 불과하다.

올해 6월 기준 헝다의 1년 내 만기 도래 대외 부채는 1조400억위안(약 190조6000억원)이다. 전체 부채 잔액의 53%를 차지한다. 유이자부채 2400억5000만위안, 미지급 거래대금 5824억3000만위안, 부동산 판매 예수금 2157억9000만위안 등이다. 당초 알려진 77억달러(약 9조1000억원)의 100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장부상 현금은 867억7000만위안(약 16조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헝다의 파산은 사실상 피할 수 없다는 쪽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대신 중국 안팎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질서 있는 파산을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뒤 자동차나 금융, 산업 등 자회사를 분리해 할인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채를 상환한다. 이후 핵심 사업인 부동산 개발은 국유기업의 관리를 받게 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도를 낮출 가능성도 남아있다. 당국 입장에선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10월 당대회(시진핑 3연임 결정) 이전에 내부 결속이 흐트러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방법은 기업 대출과 개인담보 대출 규제 중 일부를 풀어 헝다에게 건설 재개와 판매대금 회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협력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중소도시 부동산 규제와 부동산기업 융자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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