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전략이라더니.. '반도체 특별법' 정치 셈법에 용두사미 [K-반도체 지원 지지부진]

장민권 2021. 9.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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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추진 '국가핵심산업전략특별법'
'화관법·화평법 완화' 제외 유력해
'인재 육성' 수도권 대학 증원도 난항
美·中 자국 반도체 육성 총력전 대비
미국·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한국의 반도체 지원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일명 반도체특별법) 제정은 정부부처 이견과 당내 반발 등에 부딪혀 핵심 지원방안이 법안에 담길지조차 불투명하다. 특히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속처리 패스트트랙 등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완화 등은 특별법 제외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파격적 지원'을 약속한 당정의 계획이 용두사미에 그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與 "반도체특별법 조만간 확정"

29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특위 내에서 특별법 논의가 거의 다 끝난 상태로, 법안을 곧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특위는 이르면 다음주 마지막 회의를 열어 특별법 세부내용을 조율해 초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당 정책위원회, 의원총회 등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해 당론 발의에 나설 방침이다. 특별법에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주요 핵심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인프라 확대 등의 지원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특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10~11월에나 국회 문턱을 넘게 된다.

지난 4월 여당이 반도체특위를 출범하면서 특별법 제정 목표시한으로 정한 8월을 약 2개월이나 넘기는 셈이다. 핵심 지원방안을 둘러싼 정부부처 간·여당 내 이견이 큰 탓에 세부내용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 대선 경쟁도 특별법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여당 특위 위원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 캠프 활동에 집중하고, 특위에는 자주 불참한 탓에 지원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파격적 지원안 빠질 가능성

그동안 업계에서 기대한 수준의 파격적 지원안이 특별법에 담길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관법, 화평법 완화 등은 특별법 제외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평법·화관법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유해물질 관리의무 강화를 골자로 제정돼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화평법은 연간 1t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경우 각 물질의 유해성 자료를 첨부해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해외에 비해 지나친 환경규제로 인한 비용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설비투자 축소를 야기한다는 업계의 호소에도 실제 법 개정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원 정원을 완화하는 안은 수도권 외에 기반을 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지방대 경쟁력 악화를 들어 반대해 논의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탄소감축 등 환경논리를 앞세워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전기료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생산량 급증이 불가피한 반도체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핵심 산업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전 세계가 반도체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최대 4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고, 중국은 2025년까지 1조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유럽 반도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내년 700억달러(80조6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밀어주면서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며 "기업의 개별적 투자와 경영활동에만 의존하다가는 전 세계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한순간에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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