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칼럼] 정책의 정치과잉을 우려한다

김규성 2021. 9. 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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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에 대한 정의는 자주 인용된다.

이의신청이 30만건을 훌쩍 넘긴 5차 국가재난지원금도 정책의 과잉정치화 사례로 보인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시장의 정치화라 부를 만하다.

정책이 정치적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미국의 사상가 월터 리프먼이 말한 '연성해결'만 양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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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에 대한 정의는 자주 인용된다. 이스턴은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다. 개인은 권력, 돈 등 한정된 가치를 무한정 갖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조정장치가 정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의 선거를 예산 등 유한한 가치를 배분할 권위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봤다.

이스턴이 제시한 정치에 대한 정의는 보편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선거 앞에선 곧잘 빈틈이 드러나곤 한다.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이상적 정책만이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을 가장한 정치를 드물지 않게 보는 이유다. 중앙정부 몫인 경제, 재정, 금융정책에서부터 지방행정까지 다방면에서 나타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급하고 있는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급한 보편지원금은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감안할 때 재난지원금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다.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방재정 경고등에도 아랑곳 않고 돈을 푼 지자체가 많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의신청이 30만건을 훌쩍 넘긴 5차 국가재난지원금도 정책의 과잉정치화 사례로 보인다.

재정의 정치화도 자주 듣는 말이다. 재정은 핵심 사회적 가치다. 국가재정 분배에 대한 정치의 관여는 당연하다. 정치의 본령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현금성 복지정책에 대한 포퓰리즘 시비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해 21대 총선과 지난 4월 재보선을 전후한 1조원대 아동수당과 노인 일자리 임금 선지급이 사례다. 최근 발표된 육군병장 월급 67만원 등을 포함한 청년특별대책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시장의 정치화라 부를 만하다. 정치는 명분싸움에서 판가름난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 관련 정책은 명분이 전부가 아니다. 시장 심리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실패한다. 스무번을 훌쩍 넘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꼭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과 거꾸로 가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정책 신뢰도 또한 추락했다. 정치적 목적 달성이란 명분에 치우친 결과다. 시장을 정치화한 후폭풍인 셈이다.

관료사회도 과잉정치화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 문제가 된 '차기 권력 줄대기' 정책 개발은 과거에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선을 앞둔 관가의 연례행사였다. 중앙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산하 공기업까지도 정도만 다를 뿐 비슷했다. 이른바 코드인사가 빈번할 정도로 인사가 정치화되면 관료의 전문성은 선거 앞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되면 원칙을 잃고 방황한다. 특히 경제정책은 직접적 타격을 입는다. 정책이 정치적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미국의 사상가 월터 리프먼이 말한 '연성해결'만 양산된다. 경제구조와 질서를 바로잡고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기업체질을 강화하는 정책은 외면받는다. 인기 위주, 단기실적 위주 정책만 선호되고 경제는 곪는다. 정책의 과잉정치화를 우려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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