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막을 마지막 기회

한겨레 2021. 9. 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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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가 나서서 고점론을 설파하며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더했다.

무엇이 부동산 시장을 이처럼 뜨겁게 만들었을까? 정부가 놓친 건 무엇일까? 먼저 정부는 투기 수요를 걷어내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초유의 다주택자 규제대책을 내놓았다.

갭 투자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근접한다는 것은, 규제하지 않으면 집값 안정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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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서영수|키움증권 이사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고점론을 설파하며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더했다. 그런데도 주택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예전에는 정부가 개입하면 일시적 조정이라도 있었지만, 이제 시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위기이다.

무엇이 부동산 시장을 이처럼 뜨겁게 만들었을까? 정부가 놓친 건 무엇일까? 먼저 정부는 투기 수요를 걷어내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초유의 다주택자 규제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개인의 사적 욕망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가벼이 여겼다. 다주택자가 가구 수를 분할해서, 혹은 보유 주택을 증여해 무주택자 신분으로 투자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주택 수요의 증가 배경에 투기 수요만이 아니라 과소비성 실수요 증가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많은 신혼부부가 30평대 큰 아파트를 구매하고, 은퇴한 노부부가 서울 강남의 30~40평 아파트에 거주하겠다고 나서면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무주택 실수요자라는 이유로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주택 과소비를 자극한 면이 있다. 이는 주택 보급률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4년간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졌는데도,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5.4%로 소폭 감소했고 수도권은 98%로 정체를 보였다. 투기 수요자나 과소비성 실수요자가 포함된 1인·2인 가구가 늘어난 탓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택 시장 과열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금 당장 가계의 ‘영끌 매수’를 중단하도록 하지 않으면 2~3년 내에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대형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60%대인 3200조원 수준인데 이런 추세이면 2030년 말에는 4000조를 넘어서게 된다. 지금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역대 최대의 부채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경고하는 것은 정부 당국자 중 상당수가 부채 위기를 우려한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집값을 안정화하고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와 과소비성 수요를 한꺼번에 규제하면 된다. 대출 비용을 올리고, 대출 받기를 어렵게 해 감내할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대출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금융 관행이다. 둘째, 투기를 부채질하는 ‘갭 투자’를 규제하고 주택의 매수는 주거 목적으로만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더욱이 감내할 여력이 작은 2030세대 무주택자의 갭 투자는 금융 안정 관점에서도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 갭 투자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근접한다는 것은, 규제하지 않으면 집값 안정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위적 규제가 어려우면 금융회사를 통한 규제 방식도 가능하다. 임대인의 전세금반환보증을 의무화해 무리한 갭 투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올리거나 거절하는 방식이다. 이제 우리는 복잡해진 경제 체제에서 핀셋 방식의 정부 규제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좀 더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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