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과잉진료 못참아"..5대 손보사, 공정위 제소

이승현 입력 2021. 9. 29. 18:13 수정 2021. 9. 2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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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소재 5개 안과병원 신고
수십만원 페이백·브로커 고용 등 부당행위
매년 보험금 급증해 올해 1조원 넘을 듯
금융당국, 대응 필요성 공감대

[이데일리 이승현 김유성 기자] 일부 안과병원들이 백내장 수술을 받을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브로커까지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채용한 브로커에게는 환자당 100만원, 비채용 브로커에게는 50만원씩 지급했다. 일부 병원은 환자들에게 숙박비와 교통비도 제공한다.

보험회사들이 백내장 과잉진료 혐의를 받고 있는 안과병원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는 29일 서울 강남 소재 5개 안과 병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환자들에게 50만원, 브로커에게 100만원

손보사들은 백내장 수술 비중이 높은 이들 안과 병원이 각종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 백내장 수술 환자를 유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는 것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백내장수술은 혼탁해진 눈의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교체하는 수술이다. 현재 이 수술의 90%가 의원급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전체 청구금액 중 80% 이상이 비급여 항목이다.

보험사들에 따르면 일부 안과들은 비급여인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을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숙박비와 교통비를 제공했다. 또 수술 1건당 20만~50만원 등 수술비나 진료비 일부를 환자에게 환급(페이백)해주며 전국 단위로 모집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또 이들 안과가 전문 브로커에게 환자유치 수수료를 지급하며 고객을 유인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 안과는 정식 채용한 브로커에게 환자당 100만원을, 채용되지 않은 브로커에게는 환자당 5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들 안과는 또 본래 노안치료 목적으로 다초점렌즈삽입술을 받으려는 환자에 대해 허위 또는 과잉으로 백내장 진단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이 없거나 아직 초기 상태인데도 수술을 받도록 하고 이를 통해 보험금을 챙긴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안과의 불공정 행위는 지역 안과를 붕괴시킨다”며 “백내장 수술이 불필요한데도 증가하는 등 국민 건강권이 위협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료=금융위)

보험금 4년 만에 8배 늘어…올해 1조 넘을 듯

손보사들은 2017~2020년 실손보험 누적 손실액이 7조원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려워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016년 779억원, 2017년 1432억원, 2018년 2553억원, 2019년 4300억원, 2020년 6480억원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불과 4년 만에 8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총지급액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의 비중은 2016년 1.4%에서 2017년 2.3%, 2018년 3.5%, 2019년 4.9%로 커지더니 2020년 6.8%에 달했다.

실제 최근 4년간 전 연령대에서 백내장 수술건수는 40.2% 늘었다. 그 중 40~5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40대의 수술건수는 2만7430건으로 2015년의 1만8238건에 비해 50.4% 늘었다. 특히 50대의 수술 건수는 같은 기간 6만4696건에서 12만2388건으로 89.2% 급증했다. 이 기간 40대 총 인구수가 4.8% 줄고 50대는 4.7% 증가했다는 점에서 인구 요인으로만 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안과병원의 수술과열에 따른 불공정한 환자 모집행위가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의료계의 백내장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선 금융당국도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일부 병원의 백내장 과잉진료 행위가 실손보험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 경감과 실손보험 등 사적안전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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