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용 전세대출 들여다보기.. DSR 적용 등 놓고 '고심' 거듭 [전세대출까지 조이나]

김성환 2021. 9. 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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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이어 정치권도 주목
국감 맞물리며 자료요청 줄이어
실수요자 타격 입을까 신중론 속
담보비율 강화 등 규제 가능성도
은행은 이미 전세대출 축소 나서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마지막 카드'인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꺼낼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치권도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금융당국이 어떻게 전세대출 규제 방향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전세대출은 사실상 '역린'으로 여겨져왔다. 자칫 전세대출을 건드렸다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세대출 규제를 단행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뒀다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나 담보비율 강화 등 규제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금융권에 전세대출 자료요청

29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7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기업은행)의 7개 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115조7196억3700만원이었다. 1~1000점까지 신용등급별 분포를 보면 신용점수 851점 이상이 7개 은행 전세대출의 78.3%를 차지했다. 701점까지 낮추면 비중은 96.3%로 사실상 100%에 가깝다. 기존 1~10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에 비줘보면 6등급 이상이 전세대출을 싹쓸이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등급별 데이터 외에도 추가로 연령별 전세대출 잔액 추이를 은행권에 요청한 상황이다. 정말 투기용도 대출이 있는지 의심해 보겠다는 것이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전세대출 급증세로 인해 정말 투기수요가 있는지, 있다면 해당 연령대에 몰리는지 여부도 살피는 중"이라며 "가계대출 증가는 위험스럽지만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전세대출을 손대는 방안은 가장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DSR 적용 또는 담보비율 강화 검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하거나, 보증기관이 담보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의 규제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DSR을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를 전세대출에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 주거 문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담보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전세대출은 서울보증보험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적기관의 담보로 실행된다. 보증서 담보비율은 90%다. 나머지 10%는 신용대출이다. 담보비율을 낮추면 개인 신용도가 전세대출에 미치는 비중이 커진다. 하지만 고소득자가 투기용도로 전세대출을 받는 패턴을 걸러낼 수는 없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은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 비중이 높은 데다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메워야 하는 전세대출금 일부 조달이 안되면 월세로 돌려야 할 텐데 가계소비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단번에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차주의 신용등급 등으로는 투기 용도인지를 가려낼 수 없어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보고 있다"면서 "9월 전세대출 데이터까지 최대한 정밀분석한 후 규제 여부와 방안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전세대출 규제는 시작(?)

사실상 전세대출 규제는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대출을 줄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29일부터 선제적으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세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줄인 가운데 하나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세 번째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약 갱신 때 임차보증금(전셋값)의 80%까지 가능했던 전세대출 한도가 증액 범위로 줄게 된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올랐다면 지금은 전세보증금의 80%(서울보증보험 보증서 담보 기준)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날부터는 증액분인 2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대출한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이번 조치는 5대 시중은행 중 세번째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말부터 신규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 데 이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대출 취급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은행업계에서는 한 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면 다른 곳으로 쏠림이 큰 만큼 아직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지 않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유사한 방식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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