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울 115초' 北 극초음속 기술 개발..韓 방어망 위협

민병권 기자 입력 2021. 9. 29. 18:01 수정 2021. 9.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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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8일 도발 정체는 '화성-8형' 미사일]
조선중앙통신 "극초음속 활공비행 기술 확증"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비행특성 모두 보여
글라이더형 탄두가 분리 후 활강해 목표타격
합참"北기술 초기단계..요격가능"평가하지만.
마하5 이상 IRBM 진화 대비해 韓역량 높여야
전문가"극초음속 완성시 우리 군 방어 무력화"
[서울경제]

북한이 지난 28일 오전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 ‘화성-8형’이라고 공개했다. 우리 군은 해당 미사일 기술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향후 극초음속 기술을 완성하고 사거리를 한층 늘린다면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될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능동 구간에서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험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소개했다.

◇순항미사일처럼 나는 탄도탄=북한이 활공비행 특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해당 미사일은 극초음속활공체(HGV)를 탄두에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HGV는 날개를 단 글라이더 모양을 보이는데 화성-8형의 사진을 보면 탄두부에 2개의 날개로 추정되는 형상이 보인다.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복합적으로 나타낸다. 일단 발사되면 상승하는 단계에서 HGV 탄두가 탄도탄 로켓에서 분리된다. 이후 HGV는 정점을 지나 중력과 관성 등의 힘에 의해 자유낙하한다. 여기까지는 일반 탄도탄과 비행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하강 단계 도중 일정 구간에서 자유낙하 방식을 벗어나 갑자기 고개를 들 듯 재상승하는 일명 ‘풀업(pull-up)’ 방식의 기동을 하고 순항미사일처럼 활강해 지상 표적을 타격한다. 활강 과정에서 유도장치 등에 따라 비행 궤적을 갑자기 바꾸고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을 내기도 한다. 그만큼 상대방이 요격하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HGV 기술 수준은=이에 대해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는 “현재까지 우리 군은 어제 북한이 시험 발사했다고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이 ‘개발 초기 단계’라며 북한의 기술을 평가절하한 배경에는 한미 탐지 자산 등을 통해 포착한 화성-8형의 비행 특성 등 주요 재원 데이터가 주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당일 포착한 미사일 제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28일 화성-8형은 일반적인 순항미사일보다는 빠르고 탄도미사일보다 느린 마하3(음속의 3배) 안팎의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현재 우리 군이 갖춘 대공방어망으로 요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예상보다 빠른 北 기술 발전 속도=한 소식통은 “북한이 극초음속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그간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였는데 실제로는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아직 화성-8형이 극초음속에 도달하지는 못한 초기 시험 비행 단계지만 앞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면 현존하는 우리 군의 자산으로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패트리엇(PAC-2, PAC-3)이나 M-SAM 미사일(요격 고도 10~25㎞)로는 극초음속 활공 구간에 있는 HGV를 요격하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가 L-SAM(〃 50~60km) 개발을 완료하면 화성-8형이 정점 고도에서 자유낙하하는 일부 구간에서 가까스로 맞힐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을 구현할 경우 평양에서 서울까지 불과 약 15초면 날아올 수 있다.

사거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변수다. 당초 합참은 28일 오전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규정했다. 이는 당일 해당 미사일이 비행한 거리가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 수준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은 이튿날 해당 미사일의 명칭이 화성-8호라고 공개했다. 화성-12형의 경우 사거리 약 5,000㎞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알려져 있다. 화성-14형과 화성-15형은 각각 사거리 1만㎞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된다. 이보다 명칭의 숫자가 낮은 화성-8형은 12형보다 다소 사거리가 짧은 1,000~3,000㎞대의 준중거리 미사일이나 3,000㎞대의 IRBM을 목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앞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도 쐈다. 이번 화성-8형까지 포함하면 불과 3주가량 사이에 3종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우리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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