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싼차' 편견에 도전장 내민 캐스퍼..직접 타보니

박종오 2021. 9. 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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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경차 '캐스퍼' 시승기
통풍시트 등 편의기능 중형차 못지 않아
가격보다 낮은 실연비가 불만
현대차 캐스퍼 앞모습

“경차는 싼 맛에 타는 차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 개발자는 말했다.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시승 행사장에서 캐스퍼 차량에 오르자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경차 맞아?’ 운전석에 앉으며 감탄했다.

비싼 찻값에 걸맞은 상품성

디지털 계기반과 스포츠카에 주로 쓰는 D컷(알파벳 D 모양) 운전대, 8인치 내비게이션, 앞 좌석 통풍 인조 가죽 시트와 머리 위 선루프, 경차에선 보기 어려운 실내 무드 조명과 주행 보조 기능까지. 한눈에 보기에도 편의 장비가 풍부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전동식 조절 기능까지 넣었다면 중형차가 부럽지 않겠다. 다만 캐스퍼 시트는 수동 조절 방식이다.

현대차 캐스퍼 실내

뼈대는 기아의 경차 ‘모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그러나 내·외관은 모닝과 확연히 다르다. 차 앞의 엔진룸 덮개와 바퀴 쪽에 두툼한 볼륨감을 넣어 작지만 단단해 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겉모습을 갖췄다.

실내 공간도 좁지 않다. 키가 180cm가 조금 안 되는 기자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모닝과 크기는 같지만 차 높이가 높아서 외려 시야가 탁 트인다. 뒷좌석도 머리 위로 주먹 하나, 무릎 공간엔 주먹 2개가 들어간다. 시트를 편하게 뒤로 젖히면 뒷좌석에 2명이 타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뒤쪽 적재함 용량은 303ℓ로 모닝보다 크고, 뒷좌석을 접으면 접이식 휠체어 같은 큰 짐을 싣기에도 무리가 없겠다. 앞 좌석과 뒷좌석 모두 90도로 평평하게 접고 누워보니 차박도 가능할 법하다.

현대차 캐스퍼 적재함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진동이 느껴진다. 경차의 한계 탓에 정숙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차 중 운전대가 가볍게 떨릴 정도다.

하지만 경차 운전자가 주로 하소연하는 ‘힘 부족’은 체감하지 못했다. 평지는 물론 오르막길이나 고속도로에서도 잘 달린다. 경차 특유의 기동성과 민첩함을 갖췄다는 의미다. 시승차는 배기량 998cc 휘발유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의 최대 토크는 17.5kg·m로, 준중형인 아반떼(15.7kg·m)보다 높다.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차가 짧아서 높은 턱이나 요철을 넘을 땐 통통 튀는 느낌이 들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특히 경차치고는 큰 17인치 휠에 폭이 넓은 타이어를 낀 덕분에 코너를 돌 때 쏠림이 적은 게 인상적이었다. 중·고속으로 달릴 때 실내에 들어오는 엔진 소리와 풍절음 등은 경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주행 보조 기능을 사용해보니 요즘 나오는 값비싼 신차 못지않았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정해진 속도에 맞춰 잘 달린다. 다만 차가 서면 이 기능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게 아쉬웠다.

캐스퍼는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기존 경차를 뛰어넘는 다양한 기능과 상품성을 갖췄다. 시승 차 가격이 2007만원(인스퍼레이션 모델), 캐스퍼 최고 사양 가격이 2075만원에 이르는 경차답지 않은 찻값은 상품성을 강화한 대가다. 2천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면 옵션을 뺀 소형 SUV나 준중형 승용차를 살 수 있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캐스퍼 흥행의 관건이다.

경차에 연비를 기대하기란…

사실 캐스퍼를 타보며 불만스러웠던 건 가격이 아니었다. 이날 시승한 도로가 평소보다 정체가 심했고 주행 중 스포츠 모드 등 연비에 불리한 기능을 일부 사용하긴 했으나 차에서 내렸을 때 연비가 8㎞/ℓ 가량에 그쳤다. 제조사가 내세운 공인 연비(12.8㎞/ℓ)에 크게 못 미친다.

원래 경차가 연비 좋은 차는 아니다. 다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경차의 뒤떨어지는 연비를 저렴한 찻값과 유지비를 통해 감내한다. 그런 점에서 연비 효율이 뛰어나지 않고 가격은 일반 경차보다 비싼 캐스퍼는 소비자 타기팅을 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현대차 캐스퍼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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