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가족과 여중생들의 '특별한 수업'

김혜인 2021. 9. 29. 17: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

학생들은 41년 전, 5·18 당시 군부 탄압에 가족과 친구를 잃고 떠나보낸 이들과 마주했다.

학생들은 강연에 앞서 5·18 항쟁 당시 신군부의 탄압과 시민들의 투쟁을 설명한 한 편의 영상을 시청했다.

이 관장은 "여러 말보다 학생들이 직접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인식하고 기억하겠다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각오에 흐뭇하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오월어머니회 관장, 박관현 열사 누나 등 여중생들에 생생 증언
학생들 "군부 탄압 맞선 민주화의 깊은 울림…5·18 기억할께요"
41년 전 그날의 아픔과 탄압 들으며 강사도 학생도 눈시울 붉혀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9일 오후 광주 남구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오월어머니집 이명자 관장으로부터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 2021.09.29.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은 교과서나 TV, 영화로만 접했는데, 눈 앞에서 유족과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선 당시 아픔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어요. 5월의 역사,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 학생들은 41년 전, 5·18 당시 군부 탄압에 가족과 친구를 잃고 떠나보낸 이들과 마주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다.

학생들은 강연에 앞서 5·18 항쟁 당시 신군부의 탄압과 시민들의 투쟁을 설명한 한 편의 영상을 시청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증언은 영상이 끝난 뒤 이어졌다.

'1일 강사'로 나선 오월어머니집 이명자 관장은 남편인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 복학생이던 정 이사장은 80년 5월 내란 수괴로 지목돼 군부로부터 사형까지 선고받은 바 있다.

"1980년 5월, 그때 전 31살이었어요. 당시 남편이 군부에 끌려가 내란수괴 혐의로 사형수로 옥살이를 했죠. 행방도 모르는 남편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악착같이 싸웠지요. 어린 두 아들도 엄마 따라 거리로 나서 투쟁했지요"

이 관장은 이어 "여러분이 살고 있는 광주는 당시 완전히 차단돼 서울, 부산, 제주 등 다른 지역과 연락도, 소통도 할 수 없이 철저히 봉쇄된 상태였지만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힘을 합쳐 싸웠고, 양동시장 좌판 상인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목숨 걸고 투쟁하는 시민군들의 허기를 채워줬다"고 당시의 '하나된 광주'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생생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학생들은 증언내용을 노트에 기록하며 41년 전 역사 현장을 간접 체험했다.

'41년 전' 5·18민주화운동 설명하는 박관현 열사 가족[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박관현 열사 누나 박행순(72·여)씨가 29일 오후 광주 남구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1.09.29.hyein0342@newsis.com

같은 시각, 다른 반에선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2)씨가 내란죄 등으로 형을 선고 받은 뒤 교도소에서 5·18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이다 숨진 동생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씨는 "감옥에서 만난 내 동생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마르고 상처투성이었다. 병원에서도 2시간 동안 피를 토하다 숨졌다"며 "그래서 민주화를 염원한 동생의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 경찰과 군과 싸우며 투쟁을 이어갔다"고 토로했다.

박씨가 강연 도중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자, 덩달아 일부 학생도 눈물을 훔쳤다.
강연을 마친 유족 등에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당시 투쟁에 나설 때 심정을 묘사해 달라는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학생들은 거리에서 민주화를 간절히 외친 이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끼려는 듯 보였다.

'희생된 분들 보면서 거리에 나서 투쟁하는 것이 무섭진 않았는지', '남편이 교도소에 갇혔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어떤 방식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는지', '6월 항쟁을 거쳐 직선제가 이뤄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유족과 피해자 가족은 진솔한 답변으로 세월을 넘어 공감대를 키웠다.

강연과 질의시간이 끝난 뒤 학생들은 유족 등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주어 불렀다.

신해영(14·여)양은 "강연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돼 뜻 깊었다"며 "앞으로 5·18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김현서(14·여)양은 "교과서로만 5·18민주화 운동을 접했는데,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이 생생하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6명의 오월어머니들의 만남은 45분 간 이어졌다.

이 관장은 "여러 말보다 학생들이 직접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인식하고 기억하겠다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각오에 흐뭇하다"고 밝혔다.

한편 수피아여중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민주시민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보훈 숨결 일다,잇다' 프로그램 일환으로 이날 만남 행사를 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