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영 인턴기자'의 탁월한 20대 재현..논쟁 걷히니 '웃픔' 보인다

유경선 기자 입력 2021. 9. 29. 17:11 수정 2021. 9. 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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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배우 주현영이 연기한 ‘인턴기자 주현영’ 캐릭터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 코너가 회차를 거듭하며 ‘논쟁적 코미디’에서 ‘탁월한 희극’의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20대 사회초년생의 말투와 몸짓도 모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신선함, 그 특징을 포착하고 표현한 배우 주현영의 탁월한 모방 능력이 요인이다.

대개 코미디 배우들은 말투·목소리·표정 등 특징이 잘 알려진 특정 유명인을 모사해 왔다. 그런데 <SNL 코리아>가 ‘20대 사회초년생’을 주제로 삼으면서 당사자 세대인 20대는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했고, 기성세대는 그들 주변 20대의 모습이 완벽하게 재현됐다며 놀라워했다. 우수한 현실 고증이란 것이 공통된 감상이다.

인턴기자 주현영의 첫 등장은 센세이셔널했다. 그는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지난 11일 처음 등장했다. 연기에 대한 호평, 프로그램이 캐릭터를 다룬 방식에 대한 비판이 교차하며 한바탕 논쟁의 판이 벌어졌다. 제작진은 “20대의 애환을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기획 의도대로 콘텐츠를 수용한 시청자 의견도 있었지만, 주현영의 성별이 여성이란 점과 관련된 비판이 거셌다.

첫 방송분에서 주현영은 상사인 안영미 앵커가 닦아세우자 울먹이며 퇴장한다. 안영미의 질문공세에 목소리가 떨리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이 여성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조롱 내지 희화하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약자를 고민 없이 코미디 소재로 쓴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반응은 점차 ‘여성 주현영’보다 ‘사회초년생 주현영’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어떻게든 잘해내고 싶은’ 사회초년생의 절박함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주현영도 계속 울면서 뛰쳐나가지만은 않는다. 지난 25일 세 번째 방송분까지 지나오며 그는 일을 잘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인턴들의 군상을 표현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차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영리한 변주도 선보인다. 20대 사회초년생의 처지를 잘 드러내주는 화법·표정·몸짓·발성이 잘 재현된 덕분에 결국 논쟁보다는 ‘모방의 탁월함’이 주는 감상이 우세해지고 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배우 주현영이 연기한 ‘인턴기자 주현영’의 모습.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배우 주현영이 연기한 ‘인턴기자 주현영’의 모습. 쿠팡플레이 제공

주현영이 보여준 사회초년생의 특징은 이렇다. 미숙하지만 능숙함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자기소개는 ‘임팩트 있게’ 해야 하고, 이름은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 주현영은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 인턴기자 주.현.영.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말할 때는 제스처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청자에게 질문을 그때그때 던져야 하고, 답변이나 후속 질문이 따르면 ‘감사하다’고 말하는 매너도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입은 바짝바짝 타고 있다. 앵커의 질문에 눈동자는 흔들리고, 당황한 인턴은 머리를 만지거나 과도한 손동작을 하기 시작한다. 뭐라도 말을 해야겠기에 무의미한 단어들을 나열하며 시간을 벌어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면서도 “모른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묻는 질문에 “제가 고발을 한 부분이 아니”라며 “풀이를 하자면 고발을 사주할 수도 있고, 사주를 고발할 수도 있다”고 둘러대는 주현영은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된다”는 말에도 “모르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해보고 있다”고 끝까지 잡아뗀다.

이 모두를 표현해낸 신인 희극인의 연기가 찬사와 인기로 응답받고 있다. 쿠팡플레이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인턴기자 주현영 영상에는 “올해 연기대상감이다” “내 발표를 보는 것 같아서 ‘공감성 수치’를 느낀다” “행위예술에 가깝다”는 찬사가 가득하다. <SNL 코리아>의 다른 어떤 코너보다도 조회수가 높다. 29일 오후 현재 1~3차 방송분 조회수는 각각 510만회, 320만회, 190만회를 웃돈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주현영이 표현한 사회초년생 특유의 발성을 분석하는 영상도 인기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 ‘인턴기자 주현영’을 연기하는 배우 주현영. 쿠팡플레이 제공


<SNL 코리아> 제작진은 경향신문에 “20대는 사회적으로 가장 기운 내고 응원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사회초년생의 어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정 세대의 ‘말’이 코미디의 주제로 등장할 수 있게 됐다는 독특한 사회적 맥락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20대인 주현영 크루가 세대의 고충을 잘 알고 있고, 인물 묘사의 디테일도 재미있게 표현해서 캐릭터를 시도하게 됐다”고 했다. 배우 주현영에 대해서는 “오디션을 통해 뽑은 기대주”라며 “오디션 당시 다양한 인물 묘사가 탁월했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면 하나하나보다는 코너 전체가 어떤 걸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를 봐야 한다. 사회초년생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논평하는 게 필요하고, 이런 맥락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특징을 잘 잡았고 묘사도 워낙 잘 돼서 인정받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앞선 논쟁에 관해선 한국 사회의 ‘코미디 수용 감수성’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웃기기만 하면 됐다면, 현재는 사회적 약자를 표현하는 것을 높은 윤리적 잣대로 바라보는 감수성이 작동한다”고 했다.

제작진은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폭넓은 공감대가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미디란 다양한 계층과 인물을 다룰 때 공감대가 커진다”며 “콘텐츠가 제작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논란을 야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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