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일흔 살에 재단 시스템 개발하고 해외 진출 꿈꿔
12살부터 재단사 생활 시작..60년간 이어와
수제 맞춤 제작에 평균 5일 정도 필요
MB·JP 등 거물 정치인들 고객으로
서울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강남 코엑스 지하 쇼핑몰 북쪽. 화려한 컬러를 자랑하며 즐비하게 늘어선 해외 명품 매장들을 지나면 영화 ‘킹스맨’을 닮은 매장이 나타난다. 양복점 ‘골드핑거’. 안에 들어서자 깔끔한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70대 신사가 맞이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대한민국 명장 310호 이정구(71) 대표다.
60년간 한 땀 한 땀 수제 맞춤 양복을 만들어온 이 명장의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지난 1970년 도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6년에는 한국남성복기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석탑산업훈장 수훈, 산업현장교수·백년소상공인 선정 등도 뒤따랐다.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60년간 수제 맞춤 양복을 만들어온 이정구다.”
- 재단사 일은 언제 시작하게 됐나.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만 나오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재단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열두 살이던 1962년 동네 양복점에서부터다. 4년 정도 일하다 서울로 올라와 1968년 당대 최고 재단사로 불리던 이용화 명장 밑에서 일했다.”
- 재단사로 일하면서 인생 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가 있었을 듯한데 어떤가.
“도쿄 국제기능올림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다. 고급 정장은 지식층이나 상류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인맥이 중요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나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능올림픽 금메달이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 수제 맞춤이다보니 제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맞다. 내가 만든 양복을 받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웃음). ‘치수 재기-가봉-수정’을 거쳐 본격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바지에 하루, 상의에 사흘 등 총 닷새를 기다려야 한다.”
- 수제 맞춤 양복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중간 수준의 정장 한 벌에 150만~200만 원, 손이 많이 가는 것은 300만 원이 넘는다.”
- 골드핑거의 주요 고객층이 궁금하다.
“보통 수제 맞춤 양복이라고 하면장년층 이상만 입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뜨면서 젊은 최고경영자(CEO)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1년에 10벌씩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의 비중은 점점 늘어 요즘은 20~25%에 달한다.”
- 주요 고객층에 유명인사도 있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진념 전 국무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원 등도 내 고객이다.”
- 최근 재단 설계도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열정이 대단하다.
“9년간 축적한 3,500여 명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둘째 아들인 이필성 실장과 함께 캐드(CAD) 시스템 기반 재단 설계도 제작 프로그램인 ‘마스터 테일러’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의 치수와 원하는 바를 입력하면 재단 설계도를 바로 출력한다. 전문 지식과 IT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현장 경험이 없고,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IT 능력이 없다. 마스터 테일러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는 세계 유일의 재단 시스템이다.”
-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
“메타버스다. 2~3년 내 아바타가 아니라 자기 몸을 그대로 가상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이에 대비해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치수를 입력하면 그에 꼭 맞는 옷을 제공하는 비대면 맞춤 정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업체에 의뢰해놨다. 조만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해외 진출이 머지않았다.”
-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있는 건가.
“당연하다. 기존 양복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해외 명품보다 훨씬 잘 만들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비대면 맞춤 시스템을 통해 이들과 경쟁하고 수출 길을 열려고 한다”
- 양복 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일부 업종은 선진국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아직 많은 분야는 그렇지 못한 상태다. 정치 싸움만 할 게 아니라 많은 업종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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