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전락 오명 세운상가 부활하나..오세훈표 도심개발 속도낸다

손동우,이축복 2021. 9.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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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오세훈표 도심개발
사대문안 태생부터 직주근접
규제 눌려 오랫동안 저평가
빈민촌, 70년대 공구상가 조성
보존에 집착하다 점차 슬럼화
적극 개발로 정책선회 '훈풍'

◆ 세운지구 50년만의 대변신 上 ◆

서울지하철 2·5호선이 지나는 을지로4가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커다란 초현대식 빌딩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세운 6-3-1·2구역을 재개발한 을지트윈타워 건물이다. 대우건설과 BC카드 등이 사옥으로 쓰는 이 건물 주변에는 십여 개의 타워크레인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삼풍상가·세운상가 옆에 짓는 주상복합건물 공사장들이다.

발길을 청계천 쪽으로 옮기면 이주가 끝나 텅 빈 가게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급 복합단지를 만드는 세운4구역 일대다. 한창 이사를 준비하는 듯한 가게로 들어가봤다.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시계방을 운영했다는 주인은 "정든 곳을 떠나려니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뒤 개발이 끝나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때 전자산업 메카로 불렸지만 지금은 '유령도시'로 전락한 세운상가 일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세운재정비촉진구역(43만8585㎡) 재개발 사업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구역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세운상가 일대에는 최소 3885가구, 7770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여기에 각종 업무시설까지 들어서면 서울의 대표적 중심업무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운상가 일대는 서울 사대문 안에서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다. 최초 171개 구역으로 쪼개 추진됐는데, 수많은 구역이 해제돼 82개 구역만 남았다. 이 중 가장 사업이 빠른 곳은 6구역과 4구역 일대다. 지하철 을지로4가역과 인접한 6-3-1·2구역(1만4707㎡)이 제일 먼저 개발됐다. 세운상가와 종로4가 사거리, 청계4가 사거리를 4개 축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급의 복합단지를 만드는 4구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하는데, 이주 준비가 한창이라 내년 하반기 착공이 목표다.

청계천과 청계·대림상가 사이에 위치한 3구역도 탈바꿈 중이다. 3-1구역과 3-4, 3-5구역은 분양이 끝났고, 나머지 구역들도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장기 정체 사업으로 꼽힌 3-2구역이 인허가 단계를 넘겨 큰 걸림돌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구역엔 지하 7층~지상 20층, 최고 높이 69m에 달하는 오피스 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들 개발이 진행되면 청계천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도 산뜻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 센터원 빌딩(32층)부터 장교동 한화빌딩(29층), 시그니처타워(17층)까지만 성장축이 이어진다. 하지만 을지로 공구거리 상가 재개발까지 추진해 21세기형 도심 스카이라인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최근 세운지구에서 주택 분양이 잇따르며 또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세운지구 내 1000여 가구 규모 주거단지 조성은 지지부진했던 세운지구 재정비 사업에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세운 3-6·7구역에는 756실 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인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가 들어선다. 전용면적 23~50㎡, 최고 20층, 2개동 규모로 들어서며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을지트윈타워 인근인 세운6-3-3구역에는 오피스텔 366실, 도시형 생활주택 198실로 구성된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이 분양 대기 중이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1~2인 가구와 함께 임대수익형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서울 내 정비사업 정체 영향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세운지구 청약 경쟁률은 뜨거울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세운지구 첫 분양 단지인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세운 6-3-4구역) 도시형 생활주택은 293가구 모집에 3133건이 접수돼 평균 10.69대1, 최고 34.8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올해 5월 분양된 동일 단지 아파트 141가구(특별공급 제외)에는 4126개 청약 통장이 몰려 1순위 평균 경쟁률 29.26대1을 기록했다.

1968년 지어진 세운상가 일대는 당시로선 한국 최초 주상복합타운이었다. 혁신적인 개발 콘셉트를 적용했고, 한때 우리나라 전자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게다가 을지로·종로와 접해 있고 업무 중심지인 광화문을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한때 사대문 내 최고 요지로 꼽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슬럼화의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으나 재원 조달 등 각종 문제로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일부 구역 개발이 속도를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도시재생 기조가 '보존' 일색에서 민관 협동형 개발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서울시가 올해 4월 서울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꼴(73.6%)로 도시재생에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는 또 인근 을지로 공구거리 상생·순환형 재개발로 일대 도시환경 개선에 나서며 도심 활력을 키우고 있다. 공사 기간 세입자가 영업을 이어나가는 한편 공공임대산업시설을 조성해 영세한 세입자도 재입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세운상가 재개발이 완료되면 '한국 도시재생 시즌3'가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빈민촌과 윤락가가 형성됐던 곳이다. 그러다가 서울 도심 정비를 위해 1966년 철거가 시작됐고, 지금의 세운상가 모습이 만들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운상가는 근대화 이후 한 차례 도심정비를 거쳤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쇠퇴했던 곳"이라며 "재생 작업이 성공한다면 한 번 더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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