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파트에서 숨쉬러 나간다, 발코니로..서울시 '오픈 발코니' 넓힌다

허남설 기자 2021. 9.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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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공동주택 발코니. Photo by Jan Jakub Nanista on Unsplash


서울시가 아파트에 성인 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야외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한다. 실내로 변경이 가능한 발코니 외에 추가로 작은 앞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간 설치를 유도하는 것으로, 전용면적 84㎡ 주택의 경우 5m×2.5m 규모의 외부 발코니를 갖게 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도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발생 이후)’ 추세를 반영한다는 취지다.

29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바깥으로 튀어나온 폭 2.5m 이상 발코니 설치를 유도하기 위한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물 심의기준은 서울시·자치구가 건축물 설계안을 심의할 때 적용하는 지침으로, 발코니의 형태와 길이 등을 세세하게 규정한다.

서울시가 아파트에 외부로 개방된 발코니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포스트 코로나 담론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옥외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는 진단이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서 발코니나 테라스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거리 두기 시행 이후 발코니를 식음을 하거나 식물을 키울 뿐만 아니라 운동과 악기 연주를 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바 있다. 방과 거실을 더 넓히기 위해 발코니를 ‘확장 공사’를 통해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는 국내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Photo by Wander Fleur on Unsplash


서울시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안의 핵심은 야외 발코니 폭을 2.5m 이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발코니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최소 넓이를 연구한 결과다.

건축공간연구원(조상규·김영현·남성우·김신성)이 2020년 12월 펴낸 보고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한 주거용 건축물 외부 발코니 활성화 방안’을 보면, 연구진은 길이 5m에 폭이 1.5m, 2m, 2.5m로 서로 다른 발코니의 활용 가능성을 분석했다. 5m는 84㎡ 세대의 일반적 거실·침실 길이다. 연구진은 폭 2.5m 발코니를 산정하며 “6명이 앉을 수 있는 쾌적한 옥외공간 조성이 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부분 아파트에 있는 폭 1.5m 발코니는 단 2명이 앉을 수 있어 비교적 활용도가 떨어진다.

서울시는 이 같은 연구 내용을 반영해 2.5m 이상 폭에 1.5m 이상 난간을 갖춘 발코니 관련 규정을 건축물 심의기준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새로운 발코니 규정이 적용된 아파트가 설계될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진이 다양한 폭을 지닌 발코니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작성한 시뮬레이션용 모델링.


현재 심의기준에서는 아파트 디자인을 다채롭게 유도하기 위해 각 세대 벽면의 30%에는 발코니 설치를 제한하는데, 바로 이 30% 부분에 폭 2.5m 발코니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발코니는 실내로 편입하기 위한 확장 공사를 허용하지 않는 부분이다. 84㎡ 세대의 경우, 벽면 70%만큼은 확장해 실내로 쓸 수 있는 발코니를, 나머지 벽면 30%만큼은 외부로 돌출된 개방형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건축법에서는 보통 발코니 폭이 1.5m를 넘는 부분은 세대 면적에 포함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폭 2.5m 발코니를 설치하면 1.5m를 빼고 1m에 해당하는 부분은 실외공간이지만 세대 면적에 산입될 수 있다. 그만큼 실내공간 면적이 줄어든다. 아파트 발코니가 폭 1.5m로 획일화된 이유다. 고급·특화 설계를 지향한 대형 아파트에서는 면적 산입을 감수하고라도 폭 1.5m가 넘는 발코니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모든 아파트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 세대 벽면의 30%에 해당하는 폭 2.5m 발코니는 면적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로, 법령이 바뀌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라며 “일단 이번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은 야외공간으로서 발코니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추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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