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한 담화·미사일' 의도 분석.."예단 않는다"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 직후 이어진 북한의 잇따른 담화문 발표와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청와대가 29일 북한 의도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향후 한반도 정세 전개 책임을 미루면서 남북관계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며 대화 불씨를 살려가려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세차례 담화문 발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도 ‘도발’로 규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전날 미사일 발사 직후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에서는 지난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 쓴 ‘우려’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을 써 수위를 낮췄다. 문 대통령도 전날 ‘종합·면밀한 분석 및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을 뿐 북한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삼갔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최근 쏟아진 북한의 메시지를 우선 정확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해야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문에서 종전선언,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대북 이중잣대 철회와 적대시 정책 폐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전혀 새로운 미사일이라면 자신들의 무기 개발 계획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북한이) 주장할 것”이라며 “그렇게 주장하기 위해서 앞선 담화에서 이중잣대를 포석으로 깔아놓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행동에는 늘 중의적 의미들이 있다. 예단하지 않고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에 통신연락선 복원이라는 기초부터 원상복구한 뒤 현안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요구한다. 북한은 지난 7월27일 13개월 만에 복구한 통신선을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지난달 10일 차단한 뒤 현재까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달 1일 국군의날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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