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총리'에 기시다 후미오..자민당 총재 당선, "파벌이 민심을 눌렀다" 평가

박은하 기자 입력 2021. 9. 29. 16:48 수정 2021. 9.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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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29일 당 총재로 뽑혀 차기 일본 총리를 맡게 됐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64)이 선출됐다. 기시다 총재는 다음달 4일 임시국회에서 지명 절차를 거쳐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재는 아베 신조 정권 시절 외무상과 당 정조회장 등 요직을 맡은 인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이었다. 그는 당내 개혁 성향에 맞서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아베·스가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부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재는 29일 도쿄 지요다구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을 꺾고 총재로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시다 총재, 고노 행정개혁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경쟁을 벌였다.

기시다 총재는 1차 투표에서 고노 행정개혁상을 1표 차이로 앞섰으나 과반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어진 2차 결선 투표에서는 257표를 얻어 170표를 얻은 고노 행정개혁상을 가볍게 눌렀다.

그는 당선 후 “(이제) 네편 내편이 없다”며 자민당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 올해 중 의원 선거와 내년 참의원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의 현실에서 “국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필사의 각오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연내에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를 비롯한 기본적 가치’, ‘일본의 평화와 안정’,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지켜낼 각오를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3원칙이라고 제시하며 “세 가지 각오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의원 해산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 총리로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2차 결선투표는 중·참의원 382표와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 1표씩 할당된 47표를 합한 429표로 구성됐다. 기시다 총재는 여론 지지도를 보여주는 도도부현표에서는 8대 39로 졌지만, 의원표에서는 249대 131로 크게 앞서 승리했다. 자민당 파벌의 힘이 민심을 누른 선거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실제 명문파벌 고치카이(47명)의 회장인 기시다 총재는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전 총무상과의 연대를 통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와 아소파(53)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기시다 총재를 지지하는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전날 아베 전 총리를 만나 2·3위 연합에 대해 협의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때에도 여론에서는 반아베 노선을 내세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앞었으나 자민당 주요 파벌 수장들이 스가 총리 지지로 뜻을 모으면서 당락이 결정됐다.

고노 행정개혁상은 탈아베 행보와 온건한 성향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 인지도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연계해 당내 파벌에 맞섰으나 결국 낙선했다. 민심에 반하는 총리를 배출한 것이 향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재는 자민당 내에서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일관한 아베 정권에서 최장수 외무장관을 지냈고 2015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그는 당시 합의 전날까지도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기술에 최종 승인을 주저하던 아베 전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력을 볼 때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아베·스가 정권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재소를 주장하고 있다.

2차 아베 내각에서 추진했던 헌법 개정도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과 자위대 명기 등을 골자로 자민당이 내놓은 기존 개헌안이 자신의 임기 중에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는 미국과 기술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시다 총재 당선에 대해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재가 총리로 취임하면 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과 상호 주권 존중 등을 명시한 “중·일 간 4개 정치문건의 원칙과 정신을 지키고, 각 영역의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고 중·일관계가 정확한 궤도를 따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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