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리스트 연주에서 인터미션을 없앤 이유

장재진 2021. 9.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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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음악계에서는 그에게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2019년 만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계기가 됐을 듯하지만, 그것만으로 피아니스트 임윤찬(17)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임윤찬은 "리스트 역시 그 당시에는 현대 작곡가였다"면서 "동시대의 의미 있는 곡을 초연하고,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은 음악인의 당연한 전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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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리사이틀 투어.. 12일 서울 롯데홀에서 '초절기교' 전곡 등 공연
첫 리사이틀 투어 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리스트를 어떻게 연주하더라도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정과 해석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며 "예술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언제부터였을까, 음악계에서는 그에게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2019년 만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계기가 됐을 듯하지만, 그것만으로 피아니스트 임윤찬(17)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그보다는 내성적이고 과묵한 그가 들려주는 음악에 주목해야 한다. 10대의 해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심오하고 독특하다. 요즘 신예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핫한' 임윤찬이 첫 리사이틀 투어에 나섰다. 10월 1일 광주, 5일 대구, 7일 경기 성남시를 거쳐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스트의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27일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만난 임윤찬은 2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투어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였다. 임윤찬은 "5월부터 리스트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는데,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며 "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주력을) 쌓아 올리는 일이기 때문에 서울 공연을 가장 편안하게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윤찬은 공연 프로그램을 리스트의 '순례의 해' 모음곡 가운데 두 번째 '이탈리아'에 수록된 '페트라르카 소네트' 3곡(47ㆍ104ㆍ123번)과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으로 채웠다. 이 중 '페트라르카 소네트'는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시에 영감을 받은 리스트가 쓴 피아노 곡으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다. 임윤찬이 다른 연주회에서도 즐겨 쳤던 곡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104번을 처음 들었는데,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불타는 열정, 사랑 이후 상실감을 순차적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이름 그대로 고난도의 기교적인 곡이다. 임윤찬이 이 레퍼토리를 고른 이유는 그저 현란한 테크닉을 뽐내고 싶어서가 아니다. 임윤찬은 "스승인 손민수(피아니스트) 선생님은 이 곡에 '리스트의 음악 인생이 담겨 있다'고 하셨다"며 "실제로 작곡가는 10대에 초절기교를 처음 쓰기 시작해 40대가 돼서도 수차례 개정할 만큼 자신의 음악적 변화를 반영했다"고 했다.

이번 리사이틀의 특징은 '페트라르카 소네트'부터 '초절기교 연습곡'까지 인터미션(쉬는 시간) 없이 한 번에 이어서 연주한다는 점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80여 분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이렇게 공연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 임윤찬은 "작곡가의 인생을 감정과 시간적 연속성에 따라 표현하다 보니 일부러 공백을 없앴다"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배려가 없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연주자가 생각하는 예술을 위해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임윤찬은 "유튜브에 연주 영상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소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피아노를 하는 전설들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이렇듯 임윤찬은 조숙한 연주자다. 손민수는 그래서 제자에게 '시간여행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임윤찬도 동의했다. 그는 "옛 음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좋은 음악은 고립에서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요새 트렌드(유행)에는 관심이 없다"며 "내가 언급된 뉴스 기사도 잘 안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옛것만 고집한 채 새 음악을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임윤찬은 "리스트 역시 그 당시에는 현대 작곡가였다"면서 "동시대의 의미 있는 곡을 초연하고,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은 음악인의 당연한 전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영국 출신 작곡가 토머스 아데의 피아노곡을 모두 연주하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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