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정밀분석 중" 반복, '악순환의 고리'로 잠식되는 안보

이종윤 2021. 9. 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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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 발사체에 "안보리 결의 위반" 탄도탄 규정
北미사일..軍 탄도특정 못하는 건가, 안하는 건가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을 29일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의 이름이 '화성-8'형이라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우리 군은 이를 '단거리 미사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 사진=뉴스1

북한 평안남도 개천시 소재 '1·18기계공장' 위성사진. 빨간색 사각형이 미사일엔진 시험대. (구글 어스 캡처) 사진=뉴스1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을 29일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의 이름이 '화성-8'형이라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 자강도에서 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우리 군은 이를 '단거리 미사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2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사일의 비행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했다.

또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화(앰풀화)된 미사일 연료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하였다"면서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만족'됐다고도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이에 대해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에 대해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날인 28일 "북한이 오전 6시40분쯤 내륙에서 동쪽으로 미상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며 "추가 정보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29일 "북한이 중국의 둥펑(東風· 동풍·DF) 미사일과 같이 신형 단거리미사일을 개량해 탄두를 극초음속 활강체, HGV(Hypersonic Glide Vehicle)형으로 제작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신형 단거리미사일 개발로 확보한 역량으로 플랫폼 다변화와 활강형 탄두제작을 추진, 한·미 미사일대응 능력에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HGV형 탄두를 탑재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전력으로 개발하려 한다"며 "러시아도 이스칸데르를 개량해 킨잘(공대지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HGV는 활공 시 최대 속도가 마하5 이상을 의미하는 극초음속으로 "기존 대공망으론 요격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전문가들은 "탄두부를 극초음속 비행체로 교체한 것으로 극초음속 비행체의 1차 비행시험확인을 위해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의 축소 시험사격"이라는 분석과 "미국과 러시아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수준의 사거리를 갖는 극초음속 활강체를 개발 중인데 반해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거리용으로 마하 5 이상의 비행속도를 얻었다하더라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보다 크게 우위에 있지 못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는 "북한의 주장한 대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성공적으로 실험 발사 됐다면 남북과 미·북 사이의 군사적 균형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자체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동북아를 대상으로 구축해온 미사일 방어체계도 무력화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극초음속 활공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도 경쟁하고 있는 무기체계 영역이고, 미래전력의 하나로 꼽힌다. 김정은은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기술적 완성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개발 또는 획득했는지는 계속 조사해 봐야 할 것이다"라며 "단지 정부 당국이 이러한 사실을 쉬쉬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한 후, 분석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함을 주저하며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군사당국은 ‘발사체’ ‘분석 중’이라는 불투명한 메시지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대북 대응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는 △'북한 미사일 등 도발'→△분석완료가 아닌 ‘분석 중'이라는 한국 군사당국의 발표→△한국의 분석결과 발표 전 '해외 분석보도나 북한의 선전 매체를 통한 사실 공개'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군의 ‘정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는 와중에 '북한이 관련내용을 발표'하거나, '미국과 일본이 먼저 상대적으로 명확한 분석결과와 비난 성명을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감행에 대해 늘 다른 국가의 분석을 먼저 기다리고 접해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런 식의 ‘고리’가 고착되면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하고 국민불안은 가중되며 한국 군사당국의 입지가 약화되는, 결과적으로 대북억제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부정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이 명확해야 대응도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 전임연구원은 "군사대응의 일환인 ‘분석’에는 적시성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미국, 일본과 발 빠른 정보공유, 첨단정찰장비 확충, 휴민트(인간정보) 등으로 정보분석 능력을 키워한다"며 "북한의 발표만 기다리는 식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대북문제에서 절대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군사당국이 ‘분석 중’이라는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서 52조나 사용하는 국방부의 북핵·미사일 개발능력 분석의 총체적 역량에 의구심이 들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결과발표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분석자세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 결국 분석완료는 없는" 상황이 관례화될 가능성도 있다. 첨단군사기술 협력이 고강도로 진행되는 시대에 ‘분석 중’의 카드를 이처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선진강국 한국군 본연의 모습은 아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국의 정부·군사당국의 대응을 계기로 ‘악순환의 고리’를 끓어버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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