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병실 9999호'의 수상한 환자들과 병원의 비밀.. 지난해 보험사기 233억 적발

허유진 기자 2021. 9. 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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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일당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한 A씨는 지난해 B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B병원도 건강보험에 입원비의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청구했다.

병원과 환자의 청구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이 병원 9999호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 조사 결과 B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운영하는 속칭 ‘사무장병원’이었고, 9999호실은 허위 입원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한 ‘가상병실’로 드러났다.

사무장병원을 이용하거나 치료 내용을 조작한 보험사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기업형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 230억원을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와 함께 만든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에서 지난해 25개 의료기관에서 233억원의 보험사기를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적발 금액 가운데 공영보험이 159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68.1%를 차지했고, 민영보험은 74억원(31.9%)이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사고내용조작이 152억원(65.1%)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입원(73억원), 허위진단(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최다 적발 유형인 사고내용조작은 치료병명과 치료내용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수법이다. 허위입원으로 적발된 병원 13곳 가운데 9곳은 한방병·의원(사무장병원)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이 사기에 주로 이용됐다. 적발된 25곳 중 14곳이 실손보험 사기를 저질렀고, 총 158억원이 적발됐다. 최근 문제가 된 백내장 보험사기의 경우 손보사들이 강남소재 안과 5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법인형태의 대형 보험사기 브로커 조직도 적발됐다. 브로커 조직은 합법적 법인형태인 의료광고법인으로 위장해 안과·성형·산부인과·한의원 등과 홍보 대행 계약을 맺어 불법으로 환자를 알선해주고 명목상 홍보 대행료를 받는 사업 형태다.

의료광고업으로 신고한 C법인 조직은 서울 소재 D한의원 등 여러 의료기관과 결탁해 다단계 환자 알선 브로커 조직을 운영하고 보험사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실손보험 등 민영 보험 가입자를 유인하고 가입자들은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 보험금을 편취했다. C법인 대표와 D한의원 대표원장 등 이 사건으로 적발된 인원은 무려 658명이나 된다.

공·민영보험공동조사협의회는 조사를 완료한 25건을 검찰로 넘겼으며, 현재 50건(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사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보험 가입자가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적발된 혐의자 가운데 수천명은 의료기관과 브로커에게 현혹돼 보험사기에 연루된 일반 가입자들이다.

보험사기는 의료기관이 보험설계사 등과 결탁해 특정 진료를 권유하고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 등 보험금을 청구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병원에서 사실과 다른 진료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보험금을 허위청구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보험사기 제안을 받거나 의심 사례를 알게 되면 금감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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