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개통했지만.. 정보 부족·출판계 협의 남은 과제

이혜인 기자 2021. 9.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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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홈페이지 화면.사진·홈페이지 캡처

출판사가 유통사, 동네서점 등에 공급된 도서의 유통·판매량 정보를 통합해서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게끔 모아놓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통합전산망)이 29일 정식 개통했다. 출판계의 낡은 유통 관행으로 인해 도서 판매량의 집계가 어렵고, 저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만들어진 서비스다. 하지만 업계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채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미흡한 부분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이날부터 통합전산망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통합전산망은 출판사, 유통사, 서점 등에 분산된 도서의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의 정보를 통합해 주제별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2017년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를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진흥원은 3년간 예산 45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개념도.자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통합전산망의 핵심은 출판사, 유통사, 대형서점, 지역서점 등에 흩어져있는 도서의 판매량을 통합해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판사가 발간 도서의 표준화된 세부 정보(메타 데이터)를 통합전산망에 입력하면 이 정보가 전산망에 연계된 유통사와 서점에 공유된다. 각 도서 판매량과 관련된 정보는 통합전산망으로 자동 전송돼 시스템에 접속한 출판사가 확인할 수 있다. 도서 판매량은 물론 재고 상황까지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출판사 1700곳과 서점 300여곳이 시범운영 기간인 지난 한 달 동안 가입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동네서점의 참여를 독려해 더 정확한 판매량이 집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통합전산망을 통해 출판사와 유통사·서점 간에 도서 주문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발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출판사나 독자가 시스템을 원활하게 이용하게 되기까지는 보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참여 출판사가 국내 7000여개 출판사 중 1700여개에 불과하며, 등록된 도서도 3만1400여종 뿐이다. 누구나 개별 영화의 관객수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처럼 독자가 개별도서의 판매량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데이터 부족으로 주제분류별 가장 많이 팔린 책 50권을 공개하고 있다.

출판계와의 원활한 소통도 남은 과제다. 그간 통합전산망을 두고 정부와 출판계는 갈등을 빚어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를 중심으로 출판계는 정부 주도로 도서 유통 정보를 관리하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다.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도 우려되는 데다가, 민간 주도로도 잘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왜 정부 주도 사업으로 진행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출협은 지난 7월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16일 기준으로 공유시스템 참여 출판사는 700여곳이 넘는다. 공유시스템을 이용하면 출판사가 지닌 도서판매정보를 저자도 동일한 수준으로 알 수 있다. 통합전산망은 현재 출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작가에게 도서 판매부수를 알려주는 기능만 갖추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통합전산망이 있다고 해서 아직은 크게 편리해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늦어도 10월 안에는 출판사, 서점, 유통사, 물류계 등 범출판계가 모두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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