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1년 총리'로 끝난 스가..일본 국민은 왜 그를 외면했나

송지유 기자 2021. 9. 29.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100대 총리 선출] 코로나19·도쿄올림픽 일방 대응, 지지율 30% 밑돌며 존재감 바닥..총선 앞 당심도 흔들려 연임 포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AFP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미국에서 열린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비공식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사태 해제 선언 등을 끝으로 주요 정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스가는 지난 1년간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해 결국 '단명 총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출발 좋았지만…'코로나·올림픽'에 발목 잡혀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후임으로 스가가 낙점됐다는 내용의 신문을 읽고 있다./사진=AFP
출발은 탄탄대로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가를 차기 후보로 낙점했고, 자민당 주요 파벌들이 일제히 지지 선언을 하면서 수월하게 총리 자리에 올랐다. 스가의 주요 공약은 '아베 계승'이었지만 비세습·무파벌 정치인이라는 소탈한 이미지가 국민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임기 초기 스가의 지지율은 60~70%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난제를 만났다. 일관된 방역정책을 펴는 데 실패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 임기 내내 걸림돌이 됐다. 코로나19 긴급사태와 해제 선언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여행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고집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국민들은 불안해하는데 구체적인 대책 없이 "안전·안심 올림픽을 열겠다"는 말만 반복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올림픽은 큰 문제 없이 끝났지만 돌아선 국민의 마음은 다시 잡지 못했다. 7~8월 여론 조사에서 스가의 지지율이 위험 경계선으로 꼽히는 30%를 밑돌면서 자민당 내부에서도 "스가를 내세워선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수세에 몰린 스가는 결국 총리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2020년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AFP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 성과…한국·중국과 외교는 낙제점
과거 총무상 경험을 살려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단행하는 등 1년 임기 동안 눈에 띄는 정책 성과도 있었다. 취임 공약으로 내세웠던 디지털청 출범도 이뤘다. 2050년까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내용의 에너지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행정 디지털화와 '탄소중립' 정책은 스가의 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스가는 전통적으로 유지해 온 '미일동맹'을 강화한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과 외교는 실패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단 1차례도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을 정도로 한일 외교는 최악의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스가가 중국과 직접 대화하거나 한일 관계 개선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간 쌓인 과제가 많아 인접국과의 관계 회복 측면에서 차기 총리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연임 포기 후 그도 아베에 등돌렸다…"고노 지지"
스가는 일본 100대 총리를 뽑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고노 담당상은 자민당 내에서 '아베의 적'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손잡고 이른바 '2A(아베 신조 전 총리-아소 다로 부총리)' 체제에 도전한 후보다.

스가는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줬지만 임기 내내 눈치를 봐야 했던 아베 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자신이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베가 이를 외면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지지 선언을 한 것도 스가가 '반아베' 전선에 합류한 요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는 최근 측근들을 관저로 불러들여 "고노 쪽으로 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스가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차기 내각에서 각료 등을 맡지 않고, 국회의원으로 정치 활동만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기사]☞ '용하다'던 베트남 불임 치료사 만난 부부, 출산 비밀에 '충격'"환경보호 한다고 종이빨대 주더니" 스타벅스 비판받는 이유5년전 영상이 '오징어게임'으로…정호연 인기 묻어가기 속출호랑이 가까이 보여주려다가…14개월 아들 손가락 잃어'80억원대 피소' 타일러 권 "여자친구 제시카 명예만 다쳐, 억울"
송지유 기자 cli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