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흔적 산재 '관음사' 일대 문화재 추진.."4·3 총체성 담긴 공간"
[경향신문]
제주 관음사와 아미산 일대에 4·3 당시 흔적이 상당히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는 이 일대 4·3유적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관리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올해 말까지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관음사와 아미산 일대의 4·3유적지 실측과 문화재로서의 가치조사, 활용방안 수립 등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제주도는 타당성 조사용역이 마무리되면 제주도문화재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문화재청에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제주도는 제주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드론을 활용해 이 일대 4·3유적의 사진지도를 제작하고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유적의 형태를 확인했다. 제주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관음사·아미산 일대 유적지에 대한 기초조사, 디지털 목록화 작업을 했다.
제주연구원이 실시한 기초조사 결과 한라산의 경계인 관음사와 아미산 일대에는 4·3 당시 무장대의 은신처이자 토벌대의 주둔지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음사와 아미산 일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전쟁시설이 구축됐던 곳이다. 4·3 발발 이후에는 숨을 곳이 많아 무장대의 주요 활동지이자 무장대 토벌을 진행하기 위한 군의 거점지로도 활용됐다.
특히 관음사에서 1949년 2월 토벌대와 무장대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법당을 비롯해 7동의 전각이 전소됐다. 이후 제2연대 제2대대 병력이 관음사에 주둔하며 같은 해 5월 철수할 때까지 한라산에 있는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관음사와 주변에는 경계초소와 숙영지, 무기고 등 당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일대에는 아라동과 오라동 주민들이 군경의 토벌을 피해 산으로 숨어 들어간 후 피난 생활했던 움집 흔적과 질그릇 파편 등이 남아있다.
제주연구원은 “관음사와 아미산 일대는 관음사 전투 등을 통해 무장대의 활동과 소멸과정, 주둔군 진압 작전의 전략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며 “4·3의 총체성을 보여주는 복합유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어 “해발 600고지에 남아있는 전쟁유적으로서 당시 국제정치와 인권문제를 비롯해 제주사회의 사회·생활사적 특징, 돌 기술에 대한 특징까지 보여주고 있어 4·3전후의 제주상황을 특징적으로 알 수 있다”며 “다행히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어 현재까지 유적이 보존될 수 있었지만 최근 자연적, 인위적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12월 기준 제주4·3관련 유적은 844곳으로 이 중 42곳은 사라지고 802곳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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