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업데이트] 중국의 또다른 백신 '클로버' 델타 변이 '대항마'되나
전세계에서 24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 클로버바이오파마슈티컬즈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개발중인 코로나 백신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공개된 백신 데이터는 델타 변이(인도 변이)를 포함한 주요 변이 5종 모두에 강한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2회 접종받는 이 백신은 냉동고가 필요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달리 냉장 보관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백신이 승인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 백신 공급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민간기구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니콜라스 잭슨 전무이사는 “중국 기업이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60억 도스의 백신 용량의 절반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시노팜이나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의 효능은 서구권에서 개발된 백신에 비해 낮고 보호 효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CEPI와 백신 공정 배분을 위한 국제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클로버의 백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 CEPI는 클로버바이오파마슈티컬즈에 최대 3억2800만달러(약 39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클로버의 백신을 최대 4억1400만도스 선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클로버 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미국 노바백스가 개발중인 백신과 유사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로 만든 백신이다. 중국 햄스터의 난소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물질을 포유류인 햄스터 난소 세포에 집어넣은 뒤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하면 이를 정제한다. 여기에 영국 제약사 GSK의 면역 보조제를 첨가해 만들었다.
클로버 백신의 임상3상은 4개 대륙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예방효과는 67.2%로 분석됐지만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는 78.7%로 나타났다. 이는 백신에 사용된 재조합 스파이크 단백질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의 스파이크 단백질임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클로버의 임상시험 참가자의 약 절반인 49%가 코로나19 감염 흔적인 항체를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 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의 효능은 64.2%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백신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까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백신의 예방 효과는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25일 사전 공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6000만명에 대한 연구결과 중국 시노백 백신의 사망 예방 효과는 35.4%에 그쳤다. 반면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사망 예방 효과는 70.5%로 두배 가량 높았다.
중국의 또다른 기업 시노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지난해 9월 시노팜 백신을 승인하며 전세계에서 시노팜 백신을 가장 많이 접종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5월 들어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규모가 늘어나 대규모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제공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시노팜 백신의 예방 지속효과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같은 이유로 클로버바이오파마슈티컬즈의 임상 결과에 중국은 물론 코백스 퍼실리티 등 국제기구가 고무된 상황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되고 있는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좋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멜라니 사빌 CEPI 연구개발(R&D) 이사는 “mRNA 백신과 클로버의 단백질 백신 교차접종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 보호 효과가 분명히 크기 때문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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