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백신휴가 조율 끝냈는데"..정부 '간격 단축' 통보에 멘붕
#회사에서 직원들의 업무 및 휴가 일정을 조율하는 A씨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정부가 10월 2주차부터 코로나19 mRNA백신 접종 간격을 1~2주 일괄 단축하기로 하면서다. 이미 주요 업무 일정이나 휴가 계획 제출을 완료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속 공휴일 휴무에 백신 접종이 7일이 아닌 10일 앞당겨지는 인원들도 존재해 일괄 적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인원의 접종 일정을 조정해 조율해 보려해도 개인 희망일로의 변경 가능 여부는 다음달 1일이나 돼야 알 수 있다.
A씨는 "정부가 28일부터 진행하기로 한 개별 안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변경 사실 조차 모르는 인원들도 적지 않다"라며 "'충분한 안내도 없는 정부의 사실상 강제적 일정 조정 뒷감당은 왜 내가 해야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에 예약을 꺼리다 정부의 적극적 독려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던 스스로의 결정에 후회까지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mRNA백신 접종 간격 단축에 따라 정부의 10월 말 전국민 접종완료율 70% 목표 달성에 속도가 붙게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정 일괄 변경과 미흡한 관련 안내에 일상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질병청은 27일 발표된 코로나19 예방접종 4분기 시행계획을 통해 코로나19 현행 6주인 화이자·모더나의 mRNA백신 1·2차 접종간격을 10월2주차부터 4~5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0월2주차(11~14일)부터 11월1주(1~7일) 2차접종이 예정된 인원은 1주일, 11월2주차(8~14일)이었던 인원은 접종일정이 앞당겨진다.
이번 접종간격 조정은 8월 모더나 백신 생산차칠에 어려움을 겪었던 수급이 상당 부분 해소된데다, 최근 급증한 국내 신규 확진자에 필요성이 높아진 집단면역 형성이 배경이 됐다. 29일 발표된 국내 신규 확진자는 2885명으로, 이달 24일 부터 6일째 하루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 중이다. 특히 추석 연휴 전파 추이가 주중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루 4000명 돌파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때문에 백신접종 완료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8월 중순 모더나 백신 생산차질에 따른 수급 문제에 접종간격을 늘린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접종 간격이 재차 조정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충분한 배경 설명과 안내가 미비한 상황에서 일괄 조정된 일정에 일상과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경된 날짜에 접종이 곤란해 날짜를 변경하고자 해도 하루 접종 가능인원이 한정돼 변경일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도 미비한 정부 안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접종 일정 변경 발표 당시 28일 대상자들에게 개별 안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해당 날짜에 안내를 받은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괄적으로 당겨진 날짜에 접종이 곤란한 개인이 접종일을 직접 변경할 수 있는 10월1일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도 크다. 접종 의료기관에는 변경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쳐 이미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일괄 조정된 2차 접종일 대상자가 약 1000만명에 달하며, 예약 조정은 다 완료된 상황"이라며 "28일부터 순차적으로 개별적으로 문자 안내를 시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모든 분들이 문자를 다 받으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을 야기한 배경엔 충분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접종 간격을 건드리는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국민이나 의료기관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식 통보"라며 "결국 변경 과정에서도 위탁기관 직원들의 수고가 동반돼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당연시 여기는 자세로는 방역대책이 성공할 수 없는 만큼 변경 배경과 변경 시 도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설명, 적절한 사과 등이 충분히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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