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와 애벌레 출현 엇박자, 건강한 숲이 해결

한겨레 2021. 9. 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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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어린잎이 일찍 돋으면 이를 먹는 나방 애벌레 출현도 일러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그물의 교란은 숲에 사는 박새에게 똑같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숲의 박새는 이른봄 6000그루 가까운 참나무 거목의 어린잎이 날 때 출현하는 나방 애벌레를 주로 먹여 새끼를 기른다.

다시 말해 건강한 숲에서 박새는 기후변화의 충격에 적응해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숲에서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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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애니멀피플]
영국 60년 장기연구 결과, 자원 풍부한 숲에서 산란 시기 더 빨리 앞당겨
박새의 번식 성공은 애벌레가 가장 많을 때 새끼를 기를 수 있는가에 달렸다. 기후변화는 이 시기를 맞추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어린잎이 일찍 돋으면 이를 먹는 나방 애벌레 출현도 일러진다. 박새는 새끼의 주식인 애벌레가 가장 많아질 때 맞춰 알을 낳는다. 어린 박새가 굶주림을 면할지는 어미가 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얼마나 빨리 따라잡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그물의 교란은 숲에 사는 박새에게 똑같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잎이 무성한 건강한 참나무 근처에 둥지를 튼 박새일수록 기후 위기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 60년에 걸친 대규모 장기연구에서 밝혀졌다.

옥스퍼드대의 연구림인 와이덤 숲. 오랜 반자연 숲으로 박새의 장기연구로 유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 학교가 소유한 385㏊에 이르는 오랜 연구림인 와이덤 숲에서 1961년부터 1000개 가까운 인공둥지를 설치해 놓고 박새의 번식을 연구해 왔다. 연구자들은 2020년까지 박새 1만3000마리의 번식과 관련한 자료를 모았다.

이 숲의 박새는 이른봄 6000그루 가까운 참나무 거목의 어린잎이 날 때 출현하는 나방 애벌레를 주로 먹여 새끼를 기른다. 연구에 참여한 이 대학 샬럿 리건 박사는 “참나무가 봄철 새잎을 낼 때 엄청난 수의 나방 애벌레도 이를 먹으러 알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박새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참나무가 많은 영역에 둥지를 튼 박새는 알을 일찍 낳을수록 더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인공 박새 둥지에서 알을 품는 어미 박새. 와이덤 숲에는 이런 둥지가 964개 설치돼 박새의 번식을 장기 연구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로 이 숲의 기온은 지난 60년 동안 2.6도 높아졌다. 봄이 일찍 찾아오자 참나무도 잎을 점점 일찍 내고 그에 맞춰 애벌레의 출현도 일러졌다. 그러나 박새의 변화속도는 애벌레를 따르지 못했고, 또 박새 사이에서도 환경에 따라 많이 달랐다.

와이덤 숲 박새의 번식 시기는 60년 동안 평균 16.2일 일러졌다. 그러나 어떤 곳에서는 앞당겨진 기간이 7.5일에 그쳤고 다른 곳에서는 최장 25.6일이나 됐다.

왜 박새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다른 걸까. 연구자들이 모든 요인을 검토한 결과 유일하게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둥지 주변 75m 이내에서 자라는 참나무의 건강도였다.

박새의 새끼들. 둥지 주변에 건강한 참나무 숲이 있는 곳에선 기후변화의 충격에 쉽게 적응했다. 아른슈타인 뢰닝,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주변 참나무가 건강해 숲 지붕(수관)에 죽은 가지가 적은 숲에 둥지를 튼 박새는 연간 0.34일 속도로 번식 시기를 당겼지만 건강하지 못한 숲에서 그 속도는 연간 0.25일에 그쳤다. 다시 말해 건강한 숲에서 박새는 기후변화의 충격에 적응해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숲에서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건강하지 못한 참나무 숲은 박새가 번식을 앞당기기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번식을 촉발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또 “기후변화가 나무의 질병을 초래하는 점에 비춰 먹이그물의 연쇄적인 효과가 이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새 수컷. 참나무, 나방 애벌레, 박새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엘라 코울 박사는 “이제껏 동물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아본 연구는 모든 개체가 같은 환경에 산다는 가정 아래 이뤄졌다”며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동물은 그렇지 않다. 새끼를 기르는 어미의 활동범위는 더 좁다”고 말했다. 번식기 동안 박새는 둥지에서 45m 범위 안에서 활동시간의 90%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28일 치에 실렸다.

인용 논문: Nature Climate Change, DOI: 10.1038/s41558-021-01140-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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