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박해수 "'오징어 게임' 반응, 잘하고 있다는 응원처럼 느껴져"

우다빈 2021. 9. 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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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수에게 '오징어 게임'은 특별하다.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19 시국으로 대중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공허함을 완벽하게 채워준 계기가 됐다.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넷플릭스 제공

29일 박해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먼저 박해수는 글로벌적 인기를 예상했다면서 "작품이 한국적 놀이였지만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많이 고민할 수 있는 요소와 게임이라는 극단적 소재가 있어 잘 될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렇게 엄청나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극중 박해수는 성기훈(이정재)의 동네 후배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투자 실패로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조상우로 분했다. 조상우는 서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고객 돈으로 한 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더미에 앉은 인물이다.


캐릭터 향한 공감과 비판, 모두 응원처럼 느껴져

이를 두고 박해수는 "초록색 체육복이 저와 잘 어울리더라. 롤모델로 삼은 인물은 따로 없었다. 일부러 말투를 변화시키지도 않았다. 작품 공개 후 직접 시청자들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다. 제가 느낀 것과 시청자들의 평가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공개 이후 욕과 응원을 많이 받았다. 사실 욕이 응원이다. 조상우라는 인간에 대해 욕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다만 조상우가 욕 먹을 사람인지 생각해볼 지점도 있다. 쏟아지는 반응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에 대해 "미중년의 섹시함이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감과 현실에 대해 기분이 좋았지만 중년의 섹시함이 느껴진다는 말이 (특히) 감사했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넷플릭스 제공

그렇다면 황동혁 감독은 박해수의 어떤 면모에서 조상우를 이끌어냈을까. 해당 질문을 두고 박해수는 "정확히 캐스팅 이유에 대해 듣진 못 했지만 황동혁 감독님이 촬영이 끝난 후 '조상우는 박해수가 아니면 안 되는 인물'이라 하셔서 너무 감사하고 힘이 됐다. 저도 모르는 면모가 있는 것 같다. 계속 발견해 보려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징어 게임' 촬영장 속 분위기 메이커는 이정재

이정재 정호연 허성태 등 다양한 색채의 배우들이 모였던 '오징어 게임'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을까. 박해수는 "분위기 메이커는 이정재 선배님이었다. 캐릭터로 살면서 심리적으로 힘드니 서로에게 기댔다. 이정재 선배님이 그 중심에서 서 있었다. 어려울 수 있지만 다가와 주셨는데 너무 좋았다. 남자 배우들에게는 참 로망같은 배우다. 함께 호흡해 영광이었다. 선배님 집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앞으로 갈 길과 연기적으로 조언해주셨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는 동안 박해수는 캐릭터에 동화됐고 어두운 분위기에 젖어들기도 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서 쉬는 시간마저 편히 작품을 내려놓지 못했다. 박해수는 "엘리트라는 설정의 조상우는 위험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이렇게 냉철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질 때도 있었다. 캐릭터를 연기하며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너무 (역할이) 쉬워질 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작품을 끝내고 나니 성기훈 캐릭터가 저와 가까운 것 같다"고 깊은 여운을 밝혔다.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 세트장에 대해 감탄했다. 넷플릭스 제공

그런가 하면 황동혁 감독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오징어 게임' 세트장이 큰 화제를 모았다. 뽑기, 줄다리기, 징검다리, 오징어 게임 등 각기 다른 콘셉트로 정교하게 제작된 게임장 역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박해수는 세트장에 대해서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다. 실제로 보면 색감이 사람을 홀리게 만든다. 너무 아름다운 곳에 가면 외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서로 죽여도 죄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몽환적 순간을 만들었다. 완전히 백의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 촬영할 땐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현장 자체가 그 분위기였기 때문에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 남성 중심의 게임이라는 일부 시청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피지컬과 체력이 포함돼 있었다. 작품 속 게임들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것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심리, 판단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논란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넷플릭스 제공

이번 작품은 박해수에게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알게 된 계기로 남았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가 작품을 하면서 내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다. '오징어 게임' 속 모습에서도 새로운 면을 많이 만났다. 저도 따뜻한 남자인 것 같지만 가끔은 일 중독처럼 가족에게 차갑게 할 때도 있다. 어느 순간에는 냉소적일 때도 있다. 하지만 저는 우유부단하고 어리바리한 편"이라 짚었다.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의 답답한 모습이 실제로 있다. 생각도 천천히 하는 편이다. '양자물리학'에서 장난기 있고 쾌할한 모습도 있다. 근래 들어서 '오징어 게임' 조상우가 많이 와닿았기 때문에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2017년 방송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연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화 '양자물리학', '사냥의 시간'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작품들이 공개가 연이어 미뤄지며 그에게도 아쉬운 시간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반응은 박해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다.

"작품을 계속 촬영하고 있었지만 대중에게 보여진 게 오랜만입니다. 이전까지 촬영하면서 솔직히 힘들었어요. 배우들은 관객의 피드백이 있어야 힘이 됩니다. '오징어 게임' 반응이 제겐 '잘 하고 있다, 네 연기가 틀리지 않다'는 것으로 들렸어요. 제가 마흔 한 살이지만 작품을 촬영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최고령 신인 타이틀을 받고 소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작품으로 연기 에너지를 펼치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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