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유엔대사 "유엔 가입 30년, 질적 도약해야"
[경향신문]
올해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전직 유엔대사들이 29일 한국이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보다 적극적인 유엔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현 현 주유엔대사의 전임자인 조태열 전 대사는 이날 한미클럽이 발행한 외교안보 계간지 ‘한미저널 8호’에서 “지난 30년의 유엔 외교가 먼저 가입한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한 속도전이었다면, 향후 30년은 질적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 지위를 선진국으로 격상한 것과 관련 “한국이 앞으로 선진국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지 지켜보겠다는 데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대사 시절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 의장 등을 지낸 오준 전 대사는 한국이 유엔에서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할 것을 제안했다. 오 전 대사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유엔대사를 지낸 이시영 전 대사는 “한국이 강대국과 약소국의 중간 위치에서 함께 번영하는 국제사회를 지향하는 모습을 온 세계에 보여 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독특한 존재로서의 인식을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시기 대사를 지낸 박인국 전 대사는 “한국 정부와 유엔은 모두 ‘통일’이 다양한 국내, 국제 이해관계자들 간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지난한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대사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북한의 대미 요구사항에서 제재 종식이 최우선 순위였다”면서 “북한에 제재 탈피를 위해서는 핵·미사일 포기 외에 출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북핵 문제가 종식되면 적극적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유엔을 통한 북한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왔고 앞으로도 협상카드로서 활용할 값어치가 있다”며 “협상은 하되 어디까지나 상호 공평하게 단계별로 추진하는 카드로서의 값어치를 극대화하는 지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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