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고가 옥상까지 쌓여, 우리가 폐업할 판"..황학동 중고주방거리 의 한숨

정세진 기자, 오진영 기자 2021. 9. 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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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로 음식점 폐업이 급증하면서 중고 주방가구 판매 상인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황학동 시장에서 중고 식당 가구류를 취급하는 이모씨(56)는 "음식점 창업이 활발할 때에는 빠르게 폐업을 결정하고 다시 창업하는 집도 많았다"며 "그때는 1~2년도 안 쓴 새것 같은 중고품이 들어왔지만 요즘 폐업하는 곳은 버티다 버티다 장사를 접은 곳이다 보니 거의 '폐급'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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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없는데 재고는 옥상까지 쌓여있네. 폐업하는 가게는 봤어도 우리가 폐업할 위기가 될 줄은 몰랐지."(익명을 요구한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상인·50대)

"받자마자 버리는 한이 있어도 '나까마(중간판매 상인을 부르는 은어)' 물건을 사 줘야 해요. 안 그러면 공급을 뚝 끊어 버리니까."(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상인 신모씨·64)

코로나19(COVID-19)로 음식점 폐업이 급증하면서 중고 주방가구 판매 상인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넘어오는 물량은 크게 늘었지만, 쓸 만한 물건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근 1년간 음식점 창업이 줄어 조기에 폐업하며 나오는 '신상' 제품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중고 주방가구 구매를 위해 황학동을 찾는 손님도 사라지면서 상인들은 늘어난 악성 재고에 신음하고 있다.
먼지쌓인 중고 주방용품, 옥상까지 쌓였다…"모든 부담은 황학동이 진다"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서 식당용 중고 가구를 취급하는 한 가게에 옥상까지 중고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28일 오후 음식점 창업을 위해 필요한 냉장고·가스렌지 등의 주방용품과 식기류·가구류를 파는 황학동 주방가구거리는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점포 직원 대부분은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옆 가게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라면 영업이 활발할 시간에도 철제 셔터문이 굳게 닫힌 업소도 눈에 띄었으며, 판매용 가구에는 뽀얀 먼지가 높게 쌓여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음식점 폐업이 늘어나면서 물건의 유입도 덩달아 늘었으나, 창업 인구가 줄어 물건을 살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씨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같이 창업 음식점을 방문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번 달은 딱 2건이다"라며 "3~4평 되는 가게도 월세가 330만원인데 여기보다 3~4배 큰 매장도 하루 15만원도 못 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점 창업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은 창업 3개월~1년 내 폐업한 가게의 물품을 'A급'으로 친다. 황학동 시장에서 중고 식당 가구류를 취급하는 이모씨(56)는 "음식점 창업이 활발할 때에는 빠르게 폐업을 결정하고 다시 창업하는 집도 많았다"며 "그때는 1~2년도 안 쓴 새것 같은 중고품이 들어왔지만 요즘 폐업하는 곳은 버티다 버티다 장사를 접은 곳이다 보니 거의 '폐급'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든 부담은 폐업 업소도, '나까마'도 아닌 중고물품 판매상인들이 지게 된다. 한 업소는 지난 27일 서대문구 연희동 순댓국집에서 보낸 반찬냉장고를 하루 만에 제기동 고물상으로 보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물건은 못 파는데 '나까마'들이 넘기는 물건은 계속 늘다 보니 옥상까지 재고가 쌓였다"며 "폐업을 보기만 했지 우리 가게가 폐업 위기에 나앉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8일 오후 황학동 주방용품거리에서 주방용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가 '나까마'로부터 철제바구니 4개를 2000원에 구매하고 있다. 철제바구니는 상품가치가 없어 고물상으로 보낼 예정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폐업 업체가 줄어들 줄 모르면서 당분간 황학동의 찬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 등은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1000개의 자영업체가 폐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시 전체의 폐업수는 5886곳으로 전년 동기(5022곳) 대비 864곳 늘었다.

황학동 상인들은 경기 회복을 대비해 물품을 비축하며 버텨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한계가 왔다고 호소한다. 일명 '로스타'(업소용 가스버너)를 판매하는 전인택씨(63)는 "황학동의 어느 한 매장 매출이 낮다는 것은 주변의 다른 업소들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다"라며 "한달 매출이 8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었는데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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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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