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만으로도 흔하게 발생하는 이 병 치료 가능

분당서울대병원 박혜연 교수팀 "만성 어지럼증, 저용량 항우울제로 경감"
국내 인구의 30% '어지럼증' 경험..이 중 20%가 '만성 어지럼증' 앓아
"197명 환자의 65%,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로 만성 어지럼증 호전돼"
"남성은 어리고 불안 낮을수록, 여성은 동반질환 없을수록 치료효과↑"

어지럼증. 게티이미지뱅크

 
‘어지럼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0%가 겪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대부분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가라앉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만성적인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저용량의 항우울제만으로도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 연구팀(제1저자 정신건강의학과 민수연 전공의, 공동저자 신경과 김지수 교수)은 만성적인 어지럼증인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치료효과와 치료반응 예측인자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 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에서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으로 진단받고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 197명을 대상으로 해당 약물의 치료효과와 관련 예측인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12주간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65%의 환자에서 어지럼증이 호전됐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또 어지럼증이 심한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더 뚜렷한 것을 확인했다.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남성의 경우는 연령이 낮고 동반된 불안이 낮을수록, 여성의 경우는 동반질환이 없을수록 치료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저자인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의 경우 저용량의 항우울제 치료만으로도 경감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성별·연령·중증도·질환력·불안 수준 등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복합성 질환인 어지럼증 치료에 있어 환자 맞춤형 다학제 진료시스템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 전정재활 등 비약물치료의 장기적인 효과와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의 성별 차이 기전에 대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신경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