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기재부, 대우조선 '졸속' 매각 논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본계약을 체결한 후 2년 반을 끌어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계약 체결 당시 ‘졸속’, ‘짜고 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이 세운 중간지주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넘기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 같은 출자를 ‘매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공개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이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29일 기재부와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문·수발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재부는 당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권해석을 4시간도 채 안 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대우조선에 대한 지분출자가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는지를 판단해달라는 산은의 요청을 1월30일 오후 3시 7분 이메일로 접수해 오후 6시41분 ‘과장 전결’로 회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영권을 넘기는 사실상 매각이라는 해석이 많았을 만큼 민감한 사항을 불과 3시간 34분 만에 처리한 것이다. 국회에 따르면 법령 유권해석에는 일반적으로 14일가량이 걸린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에 문의한 결과 해당 유권해석은 당일 검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서 의원은 “기재부가 졸속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다음 날 산은은 이사회를 열고 매각을 발표했다”며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2008년과 같이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했지만, 기재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수의계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산은이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금융기관 고유업무인 투자업무에 해당되는 경우, 국가계약법 등 적용대상이 되지 않으나’라는 표현을 공문에 넣어 답변을 유도하고, 기재부는 회신에서 ‘그렇다면 국가계약법의 준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답한 것을 두고서도 ‘짜고 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일준 의원은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고 손실 우려마저 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3시간여 만에 만든 짜맞추기식 유권해석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을 산업은행의 단순 투자로 보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매각 계약은 EU(유럽연합) 등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면서 세 차례 연기된 끝에 오는 30일 기한을 맞는다. 업계에서는 다시 연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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