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삼성·SK 등 美 인센티브 대상 되도록 챙기겠다"

임애신 2021. 9.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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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간담회
"통상환경 범위 넓어지고 융복합 성격으로 확대"
교섭형 통상에서 국부창출 가능한 통상으로 전환
"디지털통상에서 '룰 세터' 역할하도록 노력할 것"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미국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과 동일하게 인센티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챙기겠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번 방미 중 백악관과 상·하원 의원 여러명을 만나 핵심 산업에 대한 주요 투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때 한국기업도 미국 기업과 동일한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반도체나 핵심 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의회에서 확정되지 않아 논의 중인 상태”라며 “미국 내에서 정책 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관심을 갖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공급망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에 정보 조사를 요구한 것도 들여다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미국 정부가 근거 자료 제출은 기업의 자발적인 사항이라고 밝혔고, 우리기업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이달 12~23일 방미기간 중 주요 성과와 통상 주요 업무현안 등과 관련해 산업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산업부)
“싸이티바의 韓투자, 적극적인 유지 노력 덕분”

이번에 백신 원부자재 등을 생산하는 미국 업체 싸이티바(Cytiva)가 한국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최근 싸이티바는 한국에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내년부터 3년간 5250만달러(약 621억5000만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세포배양백(백신세포를 배양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가방)을 생산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싸이티바의 투자 가능성을 인지하고 코트라 네트워크를 통해서 계속 접촉해왔다”라며 “지난 여름에 싸이티바 사장이 한국에 왔을때 산업부 장관이 직접 만나서 국내 투자 환경과 정부 시책을 상세히 설명했고, 이번 뉴욕 행사 전까지 싸이티바 본사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접촉하면서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통상당국은 이를 시작으로 추가 유치를 위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사업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2위인 데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투명하게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정부와도 협력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머크 등 주요 타깃 기업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상환경 급변…신기술·국가안보로 영역 확대”

여한구 본부장은 지난달 6일 역대 3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여 본부장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주안점을 두는 분야는 △공급망 △기술통상 △디지털 통상△백신 허브화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등 다섯가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교섭형 통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실물경제에 기여하면서 국부 창출이 가능한 5대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상교섭본부 내에 태스크포스(TF)도 조직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롭게 형성될 디지털 통상 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룰 세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형성된 통상 규범은 새롭게 발전하는 디지털 통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룰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새로운 형식의 관세와 개인정보 이동 형식 등 새로운 디지털 규범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큰 틀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통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여 본부장은 “글로벌 통상의 패러다임 급속히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통상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의 국격과 위상에 걸맞는 통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의 임무”이라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산업부)

“국제사회에서의 강한 리더십 보여줄 때”

통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 본부장이 최근의 통상 정책이 산업기술과 안보, 정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의 시대라고 정의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토대로 한 기존의 통상 패러다임은 공급망 안정화와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과 같은 신기술에서의 경쟁 확보를 위한 기술 패권주의, 국가안보정책상 지적학적 측면이 더해져 이 모든 게 융합된 영역에서 통상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탄소중립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19를 비롯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대비해 백신 글로벌 허브화 전략을 지원하는 부분도 이제는 통상의 영역이자 과제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통상 환경은 한국에 위기일 수도 있지만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미국 방문 중에 여 본부장이 만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한국은 강한 나라인데 한국인들은 밖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위상을 잘 모른다”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을 여 본부장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여 본부장은 “우리는 이제 최첨단 기술 국가이자 산업국가이고, 한류로 상징되는 소프트 파워를 갖춘 강한 나라”라며 “국제사회에서 룰 팔로워가 아니라 글로벌 룰 세터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애신 (vam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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