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피아노 외길 김대진 "연주하는 한예종 총장 되겠다"

성도현 2021. 9. 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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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6개원 통합 페스티벌 등 프로젝트 추진"
"캠퍼스 통합 및 이전, 구성원 동의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있어"
김대진 한예종 총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9.2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이제 교수도 아니고, 단체의 직함도 없어요. 지금껏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걸 악기로 표현한 사람인데 일정 부분은 악기를 통해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려 해요. 연주하는 총장이 되고자 합니다."

8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50여 년간 외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대진(59)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취임 한 달을 맞아 지난 28일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 총장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개교 2년 뒤인 1994년 한예종에 합류해 27년간의 교수 생활을 거쳐 총장이 됐다. 이강숙, 이건용 전 총장에 이어 음악가로서는 세 번째이지만 음악학자 또는 작곡가로 활동한 전 총장들과 달리 첫 연주자 출신이다.

김 총장은 최근 3년여간 맡았던 창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를 내려놨고, 예정된 연주 일정도 대부분 취소했다. 한예종 내외 소통이 필요할 경우에 한 해 제한적으로 무대에 설 계획이다.

그는 다음 달 6~7일 한예종 발전재단 주관 후원 행사에선 연주 및 지휘를 맡는다. 올해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수상자인 제자 박재홍과 함께한다. 같은 달 17일엔 제자인 피아니스트 문지영과의 듀오 무대를 갖는데, 한예종과 유니버설뮤직 간 업무협약에 따른 첫 앨범 발매를 기념한 공연이다.

김 총장은 "오래 몸담은 곳의 장이 돼 영광스럽고 뿌듯하다"면서도 "엄청난 책임감,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시간표대로 규칙적으로 생활한 건 처음이라 적응하느라 힘들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대진 한예종 총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29 jin90@yna.co.kr

한예종 1세대 교수들 사이에서 개혁파로 분류되는 그는 취임사에서 '제2의 도약' 프로젝트 등 목표를 내걸었다. 내년 개교 30주년을 앞두고 초창기 입시전형과 교육과정 등이 21세기에 맞는지 재진단하고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30년은 한예종을 바라보는 여러 의문점에 대해 증명해야 했다. 그 시기 에너지는 마음속 가장 값진 추억"이라며 "입지가 생기고 나서 안주하게 된 게 사실이다. 또 다른 30년을 위해 초창기 동력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염두에 두는 건 6개원간 시너지를 이뤄내는 것이다. 한예종은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6개 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상호 교류 및 협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 총장은 "가장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내 분야 이외에 다른 장르의 예술도 경험해야 한다"며 "6개원이 함께 참여하는 페스티벌 등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장르 간 컬래버레이션 과정을 통해 몰랐던 것을 느끼고, 이 느낌들이 각자의 마음속 '감정은행'에 들어가 언젠가 화학작용을 일으킬 거라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 본부 차원에서 기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원별로 구체적인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새 예술적 결과물을 위해 통합캠퍼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전 부지는 재정 부담, 학교의 설립 취지와 특성 등이 잘 관철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캠퍼스 통합 및 이전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이어 "학내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동의한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연관 부처들이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예종 구성원 1천7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통합캠퍼스 전환 의견이 거점형 캠퍼스 의견보다 높았다. 캠퍼스 이전 시 위치는 서울 내(80.3%)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다음이 '서울에 인접하는 경기도'(15.3%)였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고양시, 과천시 등이 경쟁하고 있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9.29 jin90@yna.co.kr

김 총장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이강숙 초대 총장이 지난해 별세했을 때를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 꼽았다. 반면 박재홍의 부소니 콩쿠르 1위를 최근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교수로서는 마지막 지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처음 제자가 1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재홍이 리허설을 한 음원을 녹음해 보내면 피드백을 해주면서 마지막까지 조언했다. 다만 자신도 너무 떨려 온라인으로 진행된 박재홍의 연주를 보고 멈추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김선욱, 문지영, 손열음 등 유명 피아니스트를 배출한 비결을 묻자 "연주자에게 있어 무대는 무의식의 세계라고 생각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습관이 나올 수 있다"며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의식의 세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때론 수정해나가는 게 레슨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연주자,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음악 강국, 예술 강국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예종에서의 남은 기간도, 그 이후에도 '예종맨'으로 살아가고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목표죠."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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