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이정재 "많은 것 벗어던져..말 그대로 오징어됐죠" [인터뷰]①

김보영 2021. 9. 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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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댓글 '눈팅'하며 인기 실감..감사할 뿐"
"변신 고민 중 만난 역할..생활연기 연구에 고심"
"인기 비결? 서바이벌에 한국적 정서 입힌 시너지"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해서까지 인생을 걸 수밖에 없던 극 중 캐릭터들의 힘든 지점이 실제 시청자들에게도 현실의 사회적 이슈, 문제들을 떠올릴 만큼 공감을 준다는 게 슬펐어요. 실제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배우 이정재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연기하며 느낀 책임감이다.

‘오징어게임’은 국내 톱배우인 이정재를 글로벌 주연 배우로 처음 끌어올린 작품이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암살’, ‘관상’, ‘신세계’ 등 그간 강렬하고 선 굵은 캐릭터로 입지를 쌓아온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안긴 작품이다.

이정재는 29일 화상 인터뷰에서 전세계를 사로잡은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댓글, 패러디 영상 등을 ‘눈팅’(행동하지 않고 지켜봄)하며 인기를 실감 중”이라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이게 현실인가’ 멍해질 때가 많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 나아가는 게 연기자로서 보답해 드릴 도리라고 느낀다”고 얼떨떨함을 표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오늘의 톱10’ 정상을 차지했다. 또 지난 28일 글로벌 OTT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이 발표한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은 현재 전세계 76개국 TV 쇼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정재는 극 중 구조조정으로 실직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던 중 지하철에서 만난 의문의 남성이 건넨 명함을 받고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는 성기훈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속 성기훈 역할이 연기 변신을 고민하던 자신에게 새로움을 보여준 캐릭터라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근래 맡았던 작품 속 캐릭터들이 주로 긴장감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악역이나 센 역할들이었다. 연기하며 차별점을 주려 해도 계속 비슷한 캐릭터들이 들어오니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런 점에서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기훈의 익숙한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부연했다.

성기훈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타 작품들 속 주인공과는 달리 한없이 나약하고 어수룩한 인물이다. 무능력하고 소위 찌질한 모습들이 답답함을 주지만, 극단의 상황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는 모습이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정재가 처음 잘생김을 내려놓고 망가졌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이정재는 캐릭터 특유의 친근한 ‘생활연기’를 극한으로 치닫는 영화적 상황에 어우러지게 연기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정재는 “생활연기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보여야 할 지점이 많다는 점에서 신경쓸 부분이 많다”며 “그 자연스러움 안에 극한 상황 속 발휘되어야 할 극적 연기도 혼재돼 있어서 감정을 어느 정도 수위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많은 것을 벗어던져 말 그대로 ‘오징어’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평상시 연기할 때 잘 쓰지 않던 표정과 동작들을 새로 발견하는 계기도 됐다”고도 덧붙였다.

게임이 끝난 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할 것을 암시한 결말 내용도 화제였다.

이정재는 “게임 도중 기훈이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를 외치는 대사가 있다. 실제 우리 사회에도 ‘이러면 안되는 일’들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엔딩 장면은 그간 말로만 ‘안 된다’고 외치던 기훈이 이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보여준 대목인데 결말이 주는 메시지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은 ‘서바이벌 게임’이란 보편적 장르에 한국인의 색채와 정서를 적절히 입힌 시너지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정재는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 각각의 애환과 고충, 서사를 굉장히 꼼꼼히 쌓아놨다가 엔딩 대목에서 한 번에 폭발시키는 지점들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 장르 영화들과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대적 공감대와 맞아떨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작품 속 세계관이 감독님이 ‘오징어게임’을 처음 기획한 8년 전보다 지금 세상을 사시는 시청자분들의 공감대에 적합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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