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2', 눈물의 로큰롤 레터

아이즈 ize 이주영(칼럼니스트) 2021. 9. 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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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주영(칼럼니스트)

사진제공=JTBC

최근 매주 월요일 밤이면 때 나와 아내는 때 아닌 음악 장르에 대한 논쟁을 펼친다. 사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논의이고 대화인데 꼭 월요일이면 이게 시작된다. '슈퍼밴드 2'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사실 이 방송을 두고 전개되는 아내와 나의 음악적 대화는 세대간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라떼는~'으로 시작되는 진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근간으로 지금까지의 음악 장르를 받아들여온 세대다. 한 마디로 '슈퍼밴드 2' 심사석에 앉은 유희열, 이상순 등과 같이 늙은 세대다. 아내는 나보다 조금 더 후부터 음악을 들은 세대다. 그의 음악적 근간은 브릿팝으로 통칭되는 1990년대의 모던 록이다. 그에게는 내가 좋아했던 메탈리카, 오지 오스본 등과 같은 뮤지션들의 사운드가 시끄러운 음악으로 치부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슈퍼밴드 2'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고, 출연진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의외로 나와 아내는 이 프로그램에 꽤나 진심인 편이다. 출연자 개개인이 어찌 그리 잘나고 또 어떻게 연주를 그리 잘하는지 시각과 청각을 곤두세운다. 필자의 귀에 딱 꽂히는 밴드 하나가 나왔다. 아내의 음악세계가 아닌 나와 유사한 동년배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한 음악이 귀를 사로잡았다는 이야기다. 크랙샷이라는 헤비메탈 밴드다. 엄밀히 말하자면 1980년대 풍의 LA 메탈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케케묵은 장르로 치부되던 메탈 뮤직이 미미하지만 이들로 인해 꽤 주목을 받았다. 물론 이들로 인해 헤비메탈이 아이돌 뮤직, R&B, 힙합 등의 장르를 제치고 우뚝 섰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이런 음악도 '이렇게 하면 듣기 좋고, 보기 좋구나'라는 감흥을 새로운 세대에게 던졌다는 정도다. 

'슈퍼밴드 2'의 결선에 오를 공식 밴드 팀이 구성되기 이전부터 크랙샷은 나에게 흥미진진한, 오랜만에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요소들을 전달했다. 그들이 방송에서 편곡해 부른 '난 괜찮아' '달의 몰락' 'Oops!... I Did It Again'은 구세대의 유물로 침잠되어 있던 헤비메탈도 잘 하면 보기 좋고, 들을 만하다는 인식론적 전환을 미미하게나마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유희열이 이들의 무대를 본 후 "촌스럽고 낡은 장르는 없다. 하기 나름이다! 잘하면 최고의 장르로 바뀔 수 있다"는 코멘트가 어찌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던지. 

사진제공=JTBC

꼭 크랙샷이 아니어도 출중하게 눈에 띄는 뮤지션들이 상당했다. 특히 보컬 김예지는 마치 1960년대의 재니스 조플린과 2000년대 밴드 에반에센스의 보컬 에이미 리를 연상케 하는 독보적 존재감을 내비쳤다. 아내는 브릿팝 밴드처럼 외모까지 출중한 기탁을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렇게 예선과 본선이 펼쳐지는 동안 필자에게는 차주 월요일을 기다리는 월요병이 발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밴드가 구성되었다. 6개 팀이다. 뉴메탈 장르의 자작곡을 가지고 나온 팀도 있었고, 가슴 뭉클할 감동을 전하는 기타리스트 4인의 놀라운 연주도 있었다. 필자가 응원하는 팀은 건반 연주자를 새 멤버로 들이며 머틀리 크루의 'Home Sweet Home'을 불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심사위원 이상순이 했던 "저는 객관적으로 이 팀을 평가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했던 것과 동일하다. 이상순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기타를 잡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척박한 땅에서 이 음악을 계속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필자의 눈물 역시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우리네 땅 위에서 헤비메탈은 언제나 '인디뮤직'도 아닌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 속에서 갇혀 있는 울분의 장르였다. 많은 선배들이 있었고, 그 장르를 고집하는 또 다른 동료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크랙샷(방송 상에서는 '크랙실버'라는 팀으로 명명된다)과 같은 밴드가 수면 위로 올라와줬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슈퍼밴드 2'는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사실 13회 에피소드까지 시청한 지금 누가 우승하느냐는 필자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에 의해 꾸려진 여섯 개 밴드가 모두 나름의 개성과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슈퍼밴드 2'가 '글로벌 K-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들이 글로벌 밴드가 될 것이라는 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 프로그램에게 고마운 건 다양한 록, 메탈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이다. 

사진제공=JTBC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삶 속에서 항상 고민 되는 건 바로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슈퍼밴드 2'는 어쩌면 이 지속가능성의 기회를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미미하게나마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앞서 인용한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 촌스럽고 낡은 장르는 없고, 하기 나름이라는 그 말. 방송에 출연한 뮤지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훌륭한 실력을 가진 테크니션들이다. 그러데 기술적 장인이 대중성을 담보하는 건 결코 아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되, 시대와 소통해야 한다. 재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콘텍스트와 어우러지지 못하면 빛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대중성'이라는 말이 중요해진다. 이걸 얻어야만 돈도 벌고, 명예도 가지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골수로 방구석에 앉아 현란한 기타 속주를 선보인다 한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실패다. 

'슈퍼밴드 2'를 통해 만들어진 6개의 밴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콘텍스트를 통해 대중 앞에 섰다. 방송이 끝나고 음반을 발매하고, 공연을 할 것이다. 물론 이들이 BTS나 블랙핑크 등과 같은 성과를 올릴 일은 결코 없다. 다만 형편이 나아질 테고, 더 열심히 하면 그들의 음악을 좀 더 들어줄 수용자의 폭이 넓어지긴 할 거다. 방송 중반 일식 요리사로 일한다는 크랙샷 빈센트의 눈물이 참 값져 보였다. 결선 1회에서 시네마 팀의 드러머 김슬옹이 흘린 눈물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글로벌 K-밴드'라는 '슈퍼밴드 2'의 슬로건이 실현될 확률은 낮다. 다만 그들이 그 일 하지 않고 또 냉대라는 외면에 상처받지 않고, 마음껏 시끄러운 음악을 즐기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실낱 같은 희망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였다. 진짜 그런 일이 기적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슈퍼밴드 2'의 마지막 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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